운전은 이제 그만?
지난 금요일은 무척 바빴다.
남편은 새벽에 회사의 호출로 잠시 일을 보고 들어왔고,
나는 아침까지 푹 자고 일어나
요즘 대세인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기생충"을 보러갔다.
나보다도 더 재미있게 보는 남편 덕분에 영화보러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설사대마왕님께서 왕림하실까봐 미리 화장실도 다녀왔더니
영화보는 내내 편안하게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관람을 마치고,
민락동 코스트코로 장을 보러갔다.
이곳으로 향한 이유는 부모님과 동생네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한 장을 보려함이었다.
영양만점 장어와 소고기, 아이들이 좋아할 소세지, 빵등을 구입했다.
우선은 우리집으로 와서 덩어리 소고기를 먹기좋게 자르고,
우리집을 위한 반찬거리는 따로 정리해 두고 엄마네로 향했다.
엄마는 나에게 줄 호박죽과 여러가지 반찬을 만들어두셨다.
준비해 간 아이스박스에 반찬거리를 미리 담아두고,
세집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앉아 새로 산 코베아에 장어도 굽고, 소고기도 굽고, 소세지도 구워서 먹었다.
난 역시 고기굽기 담당.
어차피 많이 먹지 못하니.. 고기라도 구워주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술에 취한 남편을 대신해 내가 운전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냥 운전중이었는데..
"빡"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차의 에어백이 운전석, 조수석 모두 터져있고, 뭔가 탄냄새가 나고 있었다.
난 기억이 없다.
내 앞에 차가 있었는지도, 적신호였는지도 전혀 기억이 없다.
난 술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고, 속도도 세게 내고 있지 않았었는데..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가슴의 통증은 타박상인듯하고,
엑스레이 결과도 별다른 증상은 없는듯하고..
나는 몹시 피곤했다.
집에 가서 자고 싶을뿐이었다.
앞차에 아이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심하게 다치진 않은거같았다. 다행이다.
남편은 무조건 괜찮다고만 했다.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사고처리에 대해서도,
자기가 다친거에 대해서도..
다만 내가 다치지 않은것을 다행으로 여겼고,
앞으로운 운전을 시키면 안되겠다고 다짐하는거같았다.
그 밤 집에 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남편이 깨워서 밥먹으라고 해야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빨래를 돌린 몇개의 기억 외에는 하루종일 잠만 잤다.
오늘 아침까지도..
나의 카페 '암과 싸우는 사람들'에 조언을 구했더니..
항암중엔 운전을 하는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항암약과 정신과 약등.. 여러약을 복용하니,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걸 놓치고 있었다.
배만 아프지 않고, 설사대마왕님만 왕림하시지 않는다면 운전은 무난할거라고 생각했다.
항암이 끝날때까지, 나는 다시 연약한 환자인것이다.
조금 기운이 난다고 정상인인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없다.
또다시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