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짱2 2022. 8. 30. 05:45

난 가끔씩 회의적인 사람이 되곤 한다. 주기적이다. 술에 쩔어 살 때는 그 빈도가 심했다.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회의적이 되고, 우울감이 심해져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술을 마시지 않고, 이른 새벽이면 저절로 눈을 뜨고, 루틴대로 나의 일상을 시작하는 요즘도 이런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왜 그럴까? 오래된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잠재된 우울감이 있는 걸까? 이런 감정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죽으면 편할텐데...' 하는 생각이 '훅'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늘 말하는 꿈은 과연 무얼까? 다시 직장에 다니는거? 봉사? 뭔가 활동을 하는 노년의 멋진 여인을 꿈꾸는 건가? 나의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집에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다시 직장에 다니는 것을 거의 내려놓다 보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공부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어졌다.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하던 것들이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아까우니, 천천히 가자 마음을 먹었다가, 빨리 끝내고 다른 것을 찾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은 접었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얼까? 편안한 삶? 취미로 이것저것 배우고, 읽고 싶은 책 읽고, 친구들 만나고, 여행다니고, 건강 돌보면서 여유 있게 사는 삶? 이 삶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다. 이런 삶에 공부를 얹어서 가고 있는 것이고, 공부라는 부담감도 이젠 내려놓고 싶은 거 아닌지?

 

사회복지 실습을 하는 내내, 진정 내가 사회복지사가 되어 일을 하고 싶은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쉽지 않은 이 길을 내가 갈 수 있는 것인지, 아르바이트로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디지털 튜터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지금도 내가 진정 이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또 의문이 든다. 노인들 가르치는 것을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내가 늘 말하는 '해보지 않으면 로망이다'처럼, 막상 해보니 아닌것을 알은 건가! 현실을 대면한 후, 길이 아님을 깨닫고, 나의 능력을 깨닫고, 차라리 조용히 살아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일까?

 

다 내려놓으려니 아깝고, 하던 것이니 우선 자격증만 따놓을까 생각하지만, 그 과정도 쉽지 않고, 그래도 그렇게 한다한들, 내가 무얼 하려는 마음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일이 주어지면 나가겠지? 

 

앞으로 5개월 동안,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최선을 다해 해낼 생각이다. 결과는 신께 맡기고, 나는 현재에 충실할 뿐이다. 그리고 2023년은 편입하려고 했던 문화교양학과를 그다음 해 정도로 미루고, 책과 사색에 빠져 볼 생각을 하는 중이다. 나를 돌아보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신앙생활도 좀 더 열심히 하면서,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을 가져보자. 아마도 나를 찾겠다고 바쁘게 몰아치는 삶 속에서 오히려 나를 놓치고 있지 않았을까? 꿈을 좇는다고 외치면서 정작 나의 내면에서 원하는 꿈이 무언지 방향을 잃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바쁘게 살아야 할 5개월이라는 시간도, 다 내려놓고 고독이라는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은 11개월의 나날들도 기대된다. 과연 내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내가 얼마나 성숙하고,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떤 미래를 꿈꿀지 설렌다. 이런 설렘이 좋다. 아마도 나의 꿈은 설레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설레는 삶일까? 알 수 없는 미래를 채워가는 삶...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한발한발 꾹꾹 밟아가며 가는것, 그 너머에 도달해서 내가 보게 된 실체가 무엇이든, 다시 그 너머를 궁금해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한발한발 꾹꾹 밟아가며 가는 것. 그 너머에 있는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지만, 또 몰라도 괜찮은, 그저 나를 그다음 너머로 이끌어주기만 한다면, 그렇게 나아가면서 설렐 수 있기만 한다면, 죽고 싶다는 마음이 설 자리를 잃고 내 곁에서 멀어져 주기만 한다면... 그리하여 정말 내가 이 세상 하직할 때, 그 너머의 꿈을 위해 평생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실체를 아직 못 보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위해 살았음을 전혀 후회하지 않고, 다시 산다고 해도 그렇게 또 살 거라고 말하며 눈 감을 수 있기를... 그런 삶을 살아서 행복했노라며 눈 감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