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옥산 육백마지기
얼마 전 아들이 이런 곳이 있다며 누군가의 블로그 글을 카톡으로 보내줬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해발 1200미터, 그래서 여름에도 밤에는 긴 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우리 부부는 더운 여름에는 피서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피서지에서 땀 흘리며, 비싼 바가지요금 내가며 보내는 휴가는 진정한 휴가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리면 학원 휴가에 맞춰 칠말팔초를 따라야겠지만,
장성한 아들이 있는지라, 우리 부부는 우리가 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떠나면 된다.
물론 몇년전부터 내가 학원으로 출근을 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칠말팔초의 휴가를 보내야 했지만,
그럴 때에도 집에서 에어컨 틀고, 맛난 음식에 술 한잔 하고, 영화 보러 가곤 했다.
올여름도 당연히 그렇게 보내고 있는 중이었는데...
여름에도 긴팔을 입어야 한다는 글을 보고, 우리 부부는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지난 주말, 차박을 하러 평창으로 출발~~~
토요일 새벽 6시 출발.. 거의 세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하니, 정말 높은 곳에 여러 대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곳곳에 차박을 하기 위한 피서객들로 꽉 차 있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무슨...
저녁 7시에는 버스커 공연 등 야외무대에서 특별공연까지 있었다.
이미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피서지로 변신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 첫 번째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하지 않을까 싶다.
점심시간 전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어서, 해가 나면 살짝 더운 느낌이 들었지만, 시원한 바람에 그다지 더운 건 몰랐다.
파리, 모기는 없었지만, 벌과 다른 종류의 벌레들이 텐트 위쪽에 어마무시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벌레는 정말 싫어~~
점심 먹고, 낮잠도 자고, 책도 읽다 보니.. 어느덧 해가 산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아니 이럴 수가... 그때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더니...
저녁 먹을 때는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텐트에서 자려고 했는데... 자다가 얼어 죽게 생겼다.
옆집을 보니 겨울용 얇은 파카를 입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이곳의 정보를 너무 몰랐던 것이다.
반팔에 나시티를 입은 더위 타는 남편도 연신 춥다고 했으니...
기온은 18도까지 내려갔다. 우리가 확인한 시간까지는...
결국 차 안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축축한 안개로 모든 장비는 비를 맞은듯했고, 여전히 추워서 벌벌 떨면서 고추장찌개를 끓여서 먹었다.
따뜻한 찌개에 몸이 좀 녹는 듯했다.
장비를 챙겨서 마을로 내려오니, 어머나... 땡볕에 무덥다.
육백마지기...
참 아름다운 장소이나 한 여름에도 추우니 꼭 따뜻한 옷과 이불을 준비해야 하리라. 진정한 피서다. 더위는 안녕~~
차박 하기 좋은 장소이나 아이들 놀거리는 없다. 아주 어린아이는 엄마, 아빠만 있으면 되겠지만, 초등이상의 자녀가 있다면 심심해 할 수도 있겠다.
화장실은 여러 사람이 사용하니 깨끗함을 바랄 수는 없었고, 우리가 야영한 끝자락의 화장실은 정말 지저분했다.
먹으면 설사를 두세 번 해야 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지저분한 화장실을 열 번도 넘게 사용해야 했다. ㅠㅠ
다음에 또 간다면...
동해바다를 보고, 다른 곳에서 실컷 놀다가, 평창의 유명한 송어회 한 접시 사 가지고 육백마지기에 올라 맛나게 먹고, 차에서 하늘 보며 잠을 잔 후 아침이 되면 내려와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것으로 하자고 남편과 이야기했다.
물론 이건 우리 부부의 경우겠으나, 토요일 밤늦게 올라와 잠자고, 아침 일찍 내려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일요일인 어제는 말복,
육백마지기에서 아침 먹고 출발을 했더니, 집에 오니 점심시간.
칡냉면 사 먹고, 집에 와서 짐 풀고, 조금 쉰 후에, 저녁으로 유황오리 옻 백숙을 해서 먹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더운 여름에 한기를 느끼며 진정한 피서를 즐긴 육백마지기에서의 차박,
소고기, 오리고기 먹으며 몸보신도 하고.
2019년도의 여름 피서는 생가지도 않았는데, 잘 보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