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아직 멀었다

짱2 2025. 1. 22. 19:25

누군가 암환자가 되었고, 그가 시간이 흘러 병원에서 흔히 말하는 완치가 되었다고 판정을 받았다. 물론 그는 죽을 때까지 다시 암이 발병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암세포는 모든 사람에게 매일 생겨나고 있다. 다만 건강하기에 잘 살아가고 있을 뿐,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면 암세포는 바로 점령해 버린다. 하물며 한 번 암세포에게 정복당한 사람은 늘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그 누구보다 환자 자신이 더 잘 안다. 

 

 

 

 

암이 발병한지 5년이 지난 후, 위암 담당 선생님은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때 정말 하늘을 날듯 기분이 좋았다. 다시 6년이 지난 후 대장암 담당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자기에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완치라고. 나는 그 '완치'라는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또 그 단어가 참 좋았다. 아, 나에게도 그 단어가 쓰이는구나! 그리곤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완치가 아니야. 나는 늘 조심하며 살아야 해. 지금까지 내가 해온 대로 그렇게 하면 돼. 난 지금까지 특별히 애쓰며 살지 않았지만, 또 함부로 살지도 않았어. 적당히 조심하면서, 그러나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았어. 그렇게만 살면 돼.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늘 진행형이다.

 

그런데 요즘, 두번에 걸쳐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 대상은 똑같이 나보다 열 살 많은 언니뻘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병원에서 더 이상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올 나의 예상 답변은 "축하해! 그동안 애썼네! 잘했어!"였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조언으로 답했다. "다 나은 거 아니니 조심하라!" 

 

왜 나는 그 말이 이토록 싫을까? 그들은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의 이면에는 '내가 앞으로 관리를 못할'것이라는 의문이 있지 않는가! 그냥 축하해주면 안 될까? 왜 선을 넘는 느낌이지? 

 

지난 11월, 병원에서 그 말을 듣고 너무 기뻐서 가족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며느리가 축하한다며 맛있는거 먹자는 그 말에 내 얼굴엔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진심으로 기뻤었다. 내가 이런 반응을 그들에게서 기대한 것이 잘못일까? 나도 누군가가 나와 같은 말을 한다면 그들과 똑같이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다. 아예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가?

 

다른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뭘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들의 마음이 여유롭지 않음이니, 그들의 여유롭지 못한 마음을 가엾이 여기라고 한다. 또 다른 이는 이렇게 말한다. 암을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다 맞는 말일 수 있겠다. 그런 그들을 꼬아서 듣는 나조차도 역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것일 뿐인데... 마음을 내려놓는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다 내 탓이다.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의 중요하다는 것. 너는 이렇게 말을 하는구나. 그래서 내 마음이 좀 안 좋아. 너의 마음이 요만큼이어서 그런 거구나. 뭐, 할 수 없지. 내 마음이 조금 서운하긴 하지만, 나의 건강이 좋아졌음이 초점을 두면 그뿐, 너희들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자!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표현하자. 서운하다. 나는 걱정이 아니라 축하를 받고 싶은 건데. 그냥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 안 될까? 만약 내가 건강을 소홀히 하면 그때 조언해 줘.라고 말이다. 다음부턴 꼭 그렇게 하자!!! 뒷담화가 아닌 앞담화를 하자. 부드럽게, 쿨하게. 

 

아무도 나의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일로 바쁘게 살아간다. 남에게 신경 쓰는 사람 없다. 나는 내 삶을 잘 살아내면 된다. 남에게 향한 시선을 다시 내게로 돌리자.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다가 또 이렇게 어떤 이벤트만 생기면 남을 향해 돌아서는 나의 시선. 아직 멀었구나. 나란 사람. 아직도 한참 공부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