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우 -

짱2 2025. 2. 17. 20:23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로 가고 있다.

 

- 황 지우 -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과연 그 사람은 왔을까?

가슴에 쿵쿵 울린 모든 발걸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시인의 너이길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어느 식당에서

혼자 미리 온 남자가 음식을 시켜놓고 누군가를 기다렸다.

반가운 이가 왔는가 보다.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이를 바라본다.

예상과는 달리 애인이 아닌

동성의 또 다른 남자가 마찬가지로 환한 미소로 앞자리에 앉는다.

서로의 반가운 미소에 보는 나도 따라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이 친구인지, 선후배인지, 동성애자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반가움 가득한 그 만남이 참 보기 좋았다.

보고픈 이를 만나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안부를 듣는 고귀한 시간.

술 한잔에 붉어진 얼굴, 살짝 어눌한 말투로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가는 길.

언제 또 볼까?

각자의 삶이 지난한 사람들.

 

시인은 누구를 기다릴까?

아니면 추상적인 그 무엇일까?

그 무엇이든지 그의 간절함이 뚝뚝 묻어난다.

 

난 내 삶에서 무엇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까?

결국 마지막인 죽음인 걸까?

죽음을 앞둔 나의 성숙한 삶의 태도일까?

그 과정일까? 

그 과정에서 만나는 귀한 인연일까?

나 자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