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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11 - 이주(移住)

짱2 2025. 3. 19. 15:13

이주(移住) : 더 나은 자신을 위한 모험

 

 

 

 

 

7년 전부터, 하루가 나의 인생의 전부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2011년이 곧 나의 삶의 원년이다. 그때 나는 이전의 삶을 아낌없이 버렸다. 그리고 그 비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나의 존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100세 시대에 돌입한 오늘날, 2011년은 내가 50세가 된 해이므로 인생의 한가운데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소름이 돋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내 나이 50이 되던 해, 그러니까 2019년에 암수술을 하면서 '새로운 나'로 재탄생했다 생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주'의 삶이었다. 술과 방황으로 어지러웠던 이전의 삶을 떨치고 나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건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말이 씨가 된 건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지, 음주가무의 나날은 철저하게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우울증은 나날이 심해지고, 알코올중독에서 헤어날 수도 없었다. 자살충동을 매일 느꼈고, 무기력했다. 살고 있는데 사는 게 아니었다. 부끄러워 숨고 싶은 날들이었다. 수치스러워 가식과 미소로 나를 포장했다. 잘 사는 척했다. 안으로 썩어 들어갔다. 그리고 끝내 암환자가 되었다. 만약 암세포가 내 몸에 퍼지지 않았다면 난 우울증 환자가 됐을 거다. 더 최악일 수도 있었으리라. 

 

수술대에 누워 차디찬 수술실의 냉기를 벌거벗은 몸으로 온전히 느끼며 이대로 죽을 수도 있고, 깨어나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공포로 무척 두려웠다. 위장도 대장도 모두 반씩 잘라내면 난 어떻게 먹고 싸면서 살아낼까? 살 수는 있는 걸까? 하루 9끼라고? 어떻게 그렇게 먹지? 

 

수술이 끝났고, 마취에서 깨어나며 지독한 통증으로 몸부림쳤다. 하루가 지나고 아주 소량의 물부터 시작하고, 한 걸음 내딛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래! 난 다시 태어난 거다! 갓난아기가 이 세상에 나와 엄마젖을 먹고, 걸음마를 떼는 것처럼 나는 이전의 천박한 삶을 벗어던지고 다시 태어난 거다. 하늘이 주신 엄마젖과도 같은 음식을 내 몸에 선물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고운 행동을 하며 살아가리라. 이전의 50년 내 삶이 얼마나 보기 싫으셨으면 완전히 떨쳐내고 이제는 다른 삶을 살라고 이렇듯 완전히 변신할 수 있도록 철저히 계산하여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드셨을까? 벌 받았고, 그 벌, 참 잘 받았다. 그래야 마땅했다. 그 벌이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탄생할 수 있게 해 주었으니까. 

 

나도 새로 이주한 삶이 7년차다. 이 부분이 저자와 같아서 반가웠고 힘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여정은... 자신이 정말 가고 싶고,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그런 장소를 향해 가는 마음가짐입니다. 내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방향인 동시에 목적지이므로 감동스럽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목적지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면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까? 그 여정을 떠날 장소와 시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내 발걸음이 방향인 동시에 목적지라면... 그런 사람의 삶은 얼마나 숭고할까? 나는 그런 목적지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보이지않는 어떤 힘에 의해 바로 그때, 바로 거기에서 떠나 이주했다. 그 당시의 바로 지금, 여기였다. 7년을 걸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지 7년 차다. 그리고 스스로 시간을 정했다. 앞으로 3년 반정도의 시간, 즉 이주한 지 10년 차가 되는 시점까지. 

 

그렇다면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 걸까? 이주한 지 10년이 된 '셀프퓨쳐'는 무엇일까? 지금처럼 독서하고, 공부하고, 문화생활하는 모습은 그대로일 테다. 지금보다 탄탄한 루틴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성당에 나가고, 어떤 모습으로든 봉사하고 있는 내 모습을 꿈꾼다. 지금보다 건강해진 몸으로 나만 보는 삶이 아니라 남을 돌아보는 삶을 사는 내 모습이 보인다. 겸손하고 평온한 미소를 지닌 인자한 내가 보인다. 그게 내 10년 후의 목적지다! 그 이후의 목적지는 또 정해지리라.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