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암 환자라는 것

짱2 2019. 8. 29. 15:15

내가 환자임을 잊는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것이겠으나 또 다른 의미에서는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암환자라고 늘 생각한다면 그것은 늘 죽음을 생각한다는 의미가 된다.

언제 재발할지, 언제 전이가 될지 모르는 무서운 질병, 암.

죽음의 공포 앞에 담담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직 죽음이 뭔지 알지도 못하고, 준비도 전혀 되어있지 않은 나에게 죽음은 두려움 그 자체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더 누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죽음은 나에게 너무 잔혹한 것이다.

 

암 수술 전의 나는 죽음이 가까이 와 있다고 생각하며, 준비되지 않은 죽음을 준비하려 애썼다. 

어떻게 하면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내 주변을 정리할까?

차마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수술을 했고, 수술이 끝났고, 수술실로 부터 살아 나왔는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삶의 애착이 죽음을 잊게 했다. 난 앞으로 30년은 더 살 거야.

 

지옥 같던 항암을 마치고, 또 검사.

그런데 아직 혈액에는 남아 있다는 암 수치...  

그게 정확히 무얼 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또다시 엄습해오는 죽음의 그림자.

아~ 생각만큼 오래 살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죽음이 저만 치 멀리 있을 때... 난 암환자라는 것을 잊었고, 예전의 내 모습, 내 생활습관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저녁이면 술 마시던 습관은 7개월 동안 완전히 사라졌지만,

평소 음식을 씹던 횟수, 그동안 먹었던 음식들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첫 밥숟가락을 생각 없이 씹고, 삼키다 식도에서 턱 막혀 숨이 멎을 듯하고,

암환자에게 좋지 않은 튀김도 먹고,

음식에 대한 욕심으로 정량을 넘긴 후 기어이 토해내고...

 

이런 나의 식습관이 결국 나를 죽음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아닌지...

암환자라는 것을 잊고 자신이 마치 다 나은 듯이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생활습관이 나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암환자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이 내겐 독이 되고 있는 것인지, 득이 되고 있는 것인지...

암 수치가 남아 있다는 것이 내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인지...

검사 결과가 좋았다면 바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 오히려 더 나를 망칠 수 있었을지, 아닐지...

아직 불안하다는 결과가 나를 좀 더 자극해서 앞으로 조심하는 삶으로 이끌지, 아니면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독이 될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편한 마음은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