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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노후가 걱정되지 않는 이유

by 짱2 2025. 7. 20.

지난밤 잠들 무렵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좋아 문을 열어놓고 그 빗소리를 들으며 혼잣말을 했다. 남편이 외출한 시간, 생각지 않은 남편의 외출에 혼자 계획했던 하루의 일과가 망쳐지고, 혼자 있게 될 하루를 어찌 보낼까 생각하다 내리 영화 두 편을 보면서 마시면 안 되는 맥주를 마셨다. 좋은 음식으로 내 몸을 채워야 하는데, 술과 허접한 안주로 배를 채우고야 말았다. 취기가 오른 상태로 침대에 누우니 내리는 빗소리에 더욱 취해 행복감이 밀려왔다. 뭐라고 중얼거리다 어떻게 잠이든지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어젯밤에 중얼거릴 때는 그 내용이 명백했고, 확신에 차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 술기운에 그런 거였구나. 녹음해 둘걸... 갑자기 후회가 밀려오네...

 

 

 

 

 

지난밤, 그토록 낭만적으로 들렸던 그 빗소리는 현실에서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경기북부, 특히 내가 사는 의정부 쪽에 많은 비가 내려 도로가 침수되고, 어느 다리가 잠길 뻔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나만 생각한 이기심에 미안한 마음이 스친다. 그래도 아무 걱정 없이 낭만에 빠져 잠들 수 있는 나의 상황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일주일 내내 내리던 비가 이제야 그쳤다. 그토록 뜨겁던 기온도 떨어져 바람은 차갑게 느껴진다. 새들도 지저귀고, 햇빛도 찬란하다. 어릴 땐 무심했던 매일의 날씨가 나이 쉰이 되면서부터 늘 새롭고 감사하다. 어제는 비가 와서 대지가 촉촉해지니 좋았고, 오늘은 햇살이 밝아서 좋고, 내일은 또 바람이 불어서 좋으려나. 겨울엔 눈이 와서 좋고, 봄엔 꽃이 피니 좋고, 모든 날씨가 아름답다. 날씨 덕분에 매일 새로운 마음이 생기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음악은 또 어떠한가! 세상의 모든 음악이 다 아름답지만 내게 클래식 음악만큼 감동을 주는 음악은 없다. 베토벤, 모차르트, 비발디, 멘델스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고전음악가의 모든 음악은 정말 감동이다. 매일 그저 흘려듣다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공부하면서 들으니 그 감동은 더 하다. 

 

사람들은 나이 들면 무슨 재미로 살지 걱정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걱정은 아예 하지 않는다. 매일 날씨를 느끼는 재미, 매일 음악에 흠뻑 빠져 사는 기분, 매일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매일 먹는 음식의 고마움, 산책, 남편과 가족에 대한 고마움, 끊임없는 공부... 해야 할 것들, 감사할 것들이 정말 많은 삶이다. 이 모든 것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더워도 추워도 포근한 내 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음은 복중의 복이 아니겠는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졌든, 얼마나 높은 지위이든, 그런 것 따위는 이제 가벼운 것일 뿐이다. 많은 돈이 부럽지 않음은 돈이 주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굶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뿐... 노후가 걱정되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또 감사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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