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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104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 김 종원 - 유튜브를 통해 김종원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마른 몸에 날카로운 듯 보이는 눈매와 시니컬한 말투로 인해 내겐 꽤나 매섭고 차가운 사람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다 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박식한 지식과 내 마음에 와닿는 내용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었다. 나에게 김종원 작가는 자기 관리 잘되는, 책 많이 읽은, 박식한 저자이다. 그는 늘 '필사'의 중요함을 설파한다. 나도 필사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손이 아파서 대신 이곳에 타이핑으로 기록해두는 방법을 선택했었다. 제법 빠른 타법을 자랑하는지라 편하고 좋았다. 나중에 찾아보기 좋다는 장점까지 있으니... 그러나 손으로 하는 필사를 따라갈 수는 없음을 알기에 늘 마음에 남아있었는데, 요즘엔 무슨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었는지, 내가 끌어들인 건지 .. 2025. 6. 14.
마음의 기술 - 안 엘렌 클레르, 뱅상 트리부 - 내 마음을 내가 어쩌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슬픔을 가누지 못했고, 화를 참지 못했고, 분함을 억누르지 못했고, 시도 때도 없이 치솟는 짜증으로 힘껏 얼굴을 찌푸렸던 나는, 환갑이 다가오는 지금의 내 이마와 미간에 깊은 주름을 남겼다. 세상 둘째라면 서러울 만큼 감수성이 풍부하다 못해 철철 넘쳐흘렀던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의 나에게, 좋은 일보다는 화나는 일이 더 많았다고 생각되었던 그 시절에, 사실 돌아보면 참 좋은 시절이었던 그때에, 나는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내 감정을 감당 못해 파르르 떨고, 온몸으로 팔짝팔짝 뛰었으며, 손에 잡히는 작은 물건(감히 큰 물건은 건드리지 못했음은 아마도 무서운 아빠의 불호령 탓, 스스로의 소심함이었으리라)을 부서뜨리거나 던져버리기까지 했다. 이런 나의 모습은.. 2025. 4. 4.
즐거운 어른 - 이 옥선 - 길을 걷다가 누군가 "아줌마"라고 부르면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지칭하는 줄 알 때조차도 절대 그에 응하지 않는 철저한 거부를 고수했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아줌마를 지나 할머니가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물론 40을 넘겨 50이 되어가면서 이제는 아줌마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오고 있음을, 아니 이미 왔음을 인정해야만 하는구나 인식했다. 워낙 건조한 피부라 웃을 때 눈가의 주름이 잡혔지만, 즐겨 입는 옷차림이 남들에 비해 젊게 입는 편이고, 날씬한 몸 때문에 덕을 좀 보았다. 20대 아가씨로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지만 가끔은 30대 후반 노처녀로 봐주기도 했으니 참 감사한 날들이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고, 예쁘고 젊게 보이는 것에 목숨 걸던 나였기에.. 2025. 2. 16.
수련 2 - 도장(道場) 도장(道場) - 매일 아침 내가 있어야 할 장소    도장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내가 그곳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들며, 나의 정성이 그곳의 가치를 결정한다. 그곳은 나를 수련시켜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나를 탄생시킬 거룩한 공간이다.도장은 보통사람을 위대한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기적의 장소이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위대한 임무를 깨닫고 힘을 얻는 용광로다.  어릴 적 저자는 태권도 도장에 다녔다. 도장에 도착하면 일상의 옷을 벗어던지고 도장에서 입어야 하는 도복으로 환복하고, 도장 마루에 기본자세를 취한 채 사범님을 기다렸다. 일종의 의식이다. 내가 무언가를 통해 배움을 얻겠다는 의식을 확실하게 갖게 하는 절대 필요한 의식. 저기에서 여기로 건너오는 의.. 2025. 1. 24.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6 (고독)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고독으로 두 가지 이점을 얻는다. 첫째는 자기 자신과 함께할 시간을 얻고, 둘째로는 타인과 함께 하지 않을 자유를 얻는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하면 마치 나 자신이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라고 잘난척하는 느낌이라 부담스럽다. 그러나 다른 이들이 나의 지적 수준을 의심한다고 해도, 나 자신조차도 조금은 부담스러울지라도 6년 전, 암덩어리가 내게 찾아온 그즈음부터 나는 스스로 만든 고독으로 빠져들었고, 이제는 더 이상 사교에 관심이 없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즐겁기 때문이고, 타인과 함께 하는 수고로움, 시간낭비, 에너지낭비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사교적이라는 것은 사교가 필요하지 않을 .. 2024. 11. 24.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5 (행복) 행복하다는 건 뭘까? 우리는 종종 행복하고 싶다고 말한다.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정작 행복하지 않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행복이란 단어를 제거하면 행복할 수 있다.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더라고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사실 크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그의 생각 때문에 그를 염세주의자라고 말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우리들은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행복해한다. 오히려 그렇게 많은 감동을 하면서 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감성의 사람이 실망.. 2024. 11. 23.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4 (판단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라) 인간의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은 판단이다. 판단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타인의 의사를 수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 정신의 정점이다.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만큼 개체로서 완성도와 독립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판단은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 인간은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처럼 정신적 세계에 자기만의 영토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광고에 노출되고, 알고리즘에 의해 이끌려 유튜브를 수십 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본다. 댓글창의 글들을 읽으며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댓글 몇 개에 모든 이가 나와 같다는 착각을 하고, 남들이 좋다는 곳, 맛집, 멋집에는 꼭 가봐야 할 성지로 나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나의 판단은 어디로 간 .. 2024. 11. 17.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3 (은밀하고 개인적인 일상) 산책할 때는 생각할 것들을 챙겨간다. 어려운 과제들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동행을 두지 않는다. 산책의 동료는 고뇌로 족하다.  저녁을 먹은 후, 소화도 시킬 겸, 남편과 집 근처 둑방길을 산책한다. 아주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또 느리지 않은 걸음으로 보폭을 맞추며 걷는다. 이 시간은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다. 하루종일 입 다물고 있던 나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시간이다. 남편이 나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아니어서 때론 더 외롭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체로 감사한다. 남편의 직장 이야기도 듣고 나의 의식의 흐름도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떠들어댄다. 남편은 그저 묵묵히 듣는다. 내 말이 그의 왼쪽 귀로 들어가 오른쪽 귀로 .. 2024. 11. 16.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2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철학의 삶) 고달프고 덧없는 인생이 쳇바퀴처럼 돌아간다.날마다 우리는 질문한다. 왜 사는가?무엇을 위해 사는가?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질문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 그 속에서 얻어지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철학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와 그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그전에 궁극적인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묻고 답을 내리는 모든 행위가 철학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몇 줄의 글을 써넣는 노트가 늘 침대에 있다. 노곤한 몸을 침대에 완전히 파묻기 전에 늘 손글씨로 몇 자 적는다. 기분을 적기도 하고, 하루를 그대로 옮겨 놓기도 한다. 얼마 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내가 다음날을.. 2024.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