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15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너였다가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로 가고 있다. - 황 지우 -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과연 그.. 2025. 2. 17. 진정한 성공 진정한 성공 자주 그리고 많이 즐겁게 웃는 것.현명한 이에게 진심 어린 존경을 받고아이들에게서 벅찬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의 솔직한 찬사를 듣고친구의 배반을 무덤덤하게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구별할 줄 알며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건강한 아이를 낳든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든사회 환경을 바람직하게 개선하든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만들어 놓고 마음 편히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기 때문에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것이 바로 진정한 성공입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 - 나 한 사람 그저 그럭저럭 살다가 가면 그만이었던 이 세상이나의 아들이, 나의 손주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으로 확대되던 날,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게 되었.. 2025. 1. 18. 마음속 지우개 마음속 지우개 내 맘속에지우개 하나 챙겨놓았지 섭섭하게 들린 말가지려는 욕심 미루지 않고싹싹 지우려고 내 맘속에지우개 하나 꽁꽁챙겨놓았지 - 황옥연 - 그런데 말이야...아무리 연필로 써도그 흔적은 남더라... 그러니 우리,섭섭하게 들릴수 있는 말 조심히 접어두고,욕심도 적절한 것만 부리면서그렇게 살자~~ 연필로 꼭꼭 써넣은 것들이흔적으로 남아너에게 그리고 나에게아픔이 되면,정말 슬프잖아. 지우개가 필요하지만,지울 필요도 없게 말이야.그렇게 노력해보는 삶을 살아보는건 어때? 2025. 1. 14.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구부러진 길을 가면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이 준관 - 고속도로의 쫙 뻗은 시원함이 좋기도 하지만시골의 구불구불한 길은 참 정겹다.우연히 등 굽은 어르신의 느린 무단횡단조차도 참을성 .. 2024. 9. 25. 부르심 - 정 호승 - 누가 나를 부른다아침부터 밥도 먹기 전에돌아가신 어머니가 나를 부르나 싶어뒤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또 누가 나를 부른다뒷골목에 저녁 어스름이 지는데돌아가신 아버지가 나를 부르나 싶어얼른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아TV뉴스를 보다가 잠깐 졸았다검은 창밖에서 누가 또 나를 불렀다창문을 열었다아무도 없다 새벽에는 비가 왔다빗속에서 누가 또 나를 불렀다빗소리인가 싶어 얼른 창문을 열었다새소리가 들렸다 나는 누가 나를 자꾸 부르는지그제야 알아차리고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부르시면 가야 한다당신이 부르시는 소리는 새소리를 닮았다 누가 부른다고 시인은 자꾸 말할까?그러고는 아무도 없단다.돌아가신 어머니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고, 빗소리도 아니라더니새소리를 닮은 그분의 소리였구나!아.. 2024. 8. 10. 족쇄 - 정 호승- 풀어주세요이제 복종의 날은 끝날 때가 되었어요해가 지면 무덤에서 내 힘으로 풀 수 있지만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오늘도 당신이 풀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풀어주세요당신의 족쇄를 찬 내 발목은 이미 허물어졌어요그동안 복종은 사랑을 주었지만사랑은 맹종을 가르쳐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무릎까지 허물어져더이상 족쇄를 채울 수 없어요 풀어주세요 부디사랑에는 반드시 자유가 필요해요어느 날 내가 청년이었을 때당신이 내게 족쇄를 채웠으므로당신이 풀어주지 않으면 아무도 풀 수가 없어요 시인은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는가 보다. 당신이 채워주신 그 족쇄가 무거운가?그 무게를 느끼고 싶다.나는 그 족쇄가 무겁고 나를 옭아맬 거 같아 뒤로 빠져있다.내 곁에 당신이 있음을 깊은 곳으로부터 느끼고 있는데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어느.. 2024. 7. 31. 시 - 나 태주 - 마당을 쓸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아름다워졌습니다 먼지 같은 작은 존재가 한 아주 작은 일아무도 모르는 혼자만 아는 그것지구의 한 모퉁이에서오물조물 꼼지락꼼지락살아내고 있는 생명체자신이 온 우주인 듯 착각하며온몸으로 잘난 체하며 뽐내고 있는 인간 먼지 같은 작은 존재가마당을 쓸고시 하나 떠올리고사랑하는 마음 가진 것이결코 작지 않음을...지구 한 모퉁이 작은 존재가아름다움으로 빛을 발할 때온 우주가 아름다움으로 답 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았네... 2024. 7. 17. 나는 납치되었다 - 정 호승 -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나는 납치되었다검은 승용차에서 내린 몇몇 사내들이걸어가는 내 목덜미를 낚아채고자동차 트렁크에 종이처럼 구겨 넣었다 야근을 하고 밤늦게 퇴근할 때도 나는 납치되었다전동차가 승강장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몇몇 사내들이 나를 끌고 수서역 터널 속으로 어둠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납치되는 나를 늘 바라보고만 있었다내가 납치되는데도 저항할 수가 없었다길을 가다가도 지하철 승강장 입구에서도납치되는 나를 물끄러미 구경만 하고 있었다 나는 왜 내가 매일 납치되는지 알 수 없었다어디로 납치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이튿날 해가 뜨면 오금동 골목 쓰레기 더미나지하철 종착역 화장실에손발이 묶인 채 버려져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하루는 그런 나를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어경찰에 신고하려다가 문득 알아차렸다내가.. 2024. 7. 11. 당신의 그물 - 정 호승 - 당신의 그물이 때로는 오월의 바람으로 따스한 햇살로장미와 모란과 수수꽃다리의 향기로 엮여 있어도나는 지금까지 당신의 그물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당신이 아침 일찍 강가에 나와 나를 투망하는 순간나는 해를 따라 힘차게 강물을 거슬러 올랐으며때로는 바위틈과 수초 사이로 죄 많은 인생을 감추고당신의 그물에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왔다 비록 당신의 그물이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엮여 있다 할지라도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감사하다고 그물을 던져도나는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당신은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리고다시 나를 찾아와 그물을 던지는가 봄은 왔지만 아침은 오지 않고 밤은 깊어간다내가 지금 죽는다면 강가의 안개처럼 평화롭게 죽어갈 수 없을 것이다차라리 당신의 그물에 걸린 .. 2024. 7. 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