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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오늘 너무 울었다

by 짱2 2019. 7. 1.

'마음을 편히 가져야지, 암환자에게 스트레스는 최고의 적이야'라고 늘 마음을 먹고 건강하고 밝게 살려고 노력을 하다가도, 괜히, 뜬금없이 서러움이 밀려든다.

뚝 떨어져버린 삶의 질, 늘 찾아오는 설사 대마왕, 힘든 식사, 12킬로그램이나 빠져 뼈가 도드라져 보이는 내 몸, 어지러움, 기운 없음..... 찾으려고 하면 한도 없다. 이 서러움의 원인을......

특히나 누군가의 말한마디가 독이 되는 날은 더욱 그렇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내가 암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던 그때는 99%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암이 하나도 아닌 두개라니..

그것도 소화기에 암덩어리를 가지고 있다니..

식도까지 전이됐을지도 모른다며 대장암 4기까지 얘기가 나왔기에 난 죽음을 준비하는 게 마지막 나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수술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시골 어딘가로 가서 자연치유를 하는게 나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식도까지 전이되지 않았고, 대장암 3기라고 판명이 났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사를 믿고 수술하는 것이었다.

수술을 했고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더 힘든 항암이 남아있었다.

누가 알았나..... 암을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주변에서조차......

 

수술은 단 한 번으로 끝이고, 죽을 만큼 아팠던 고통도 하루로 끝이 났는데,

항암은 몇 달 동안 지속적으로 나를 힘들게 한다.

힘든 식사, 설사 등등으로 이미 지쳐있는 나에게 불쑥불쑥 찾아오는 서러움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독서와 영어공부, 여행으로 즐겁게 보내다가도 혼자 있는 시간 불쑥 찾아오는 서러움에 엉엉 울어버린다.

이런 나에게 말의 독을 뿌리는 사람의 속은 어떤 건가?

본인이 암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이해심의 부족 탓일까?

그것도 있겠지만 그 사람의 천 성인 탓이 더 크다.

본인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입히는 줄도 모른다.

 

오늘 나는 그 사람 때문에 하루 종일 서러움에 눈물을 흘린다. 속상함에 가슴 저린다.

본인은 모른다. 

그 사람은 전에도 그랬다.

그때도 속은 상했지만, 나에겐 일이 있었기에 그냥 친구랑 뒷담 화하고 나면 끝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집에서 나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에 쉽게 잊히지 않고, 

기본적으로 내 안에 깔려있는 서러움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나의 지인들 대부분은 정말 나를 걱정해주고, 아껴준다.

그 사랑이 너무 지극해서, 앞으로 두고두고 아껴주고 품어주려고 한다.

한 사람 때문에 속상해한다면 나만 손해일 것이다. 건강에도 당연히 좋지 않고.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데.

나를 사랑해주는 소중한 나의 친구들, 그들을 위해 이제 그만 울어야겠다.

 

더불어,

내가 아프게 된 것에 대한 서러움,

떨어진 삶의 질을 겪어야만 하는 괴로움,

말라가는 나를 바라봐야만 하는 서글픔......

가만히 있어도 밀려오는 이런 감정들을 추스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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