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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짱이 너 참 잘해냈어라고 말하고 싶다

by 짱2 2019. 6. 18.

항상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습관이 자리 잡은 지 30년.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늘 당연했다.

그러다 보니 항암치료를 하는 지금도 계획표를 짜고 공부를 한다.

아프다고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TV만 보고 있는 것은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식사를 하고 나면 늘 배가 아프고,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 하니 공부에 집중이 안되고, 계획한 만큼 공부를 해내지 못하기 일쑤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면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지인들 몇몇은 왜 그렇게 해야하냐고, 편안히 집에서 쉬지 그러느냐고 핀잔 비슷하게 조언을 한다.

건강이 먼저라고 공부는 건강을 회복한 다음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한다.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나에게 독서와 공부만큼 시간 보내기 좋은 것이 있을까?

 

대소변을 못가리고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환자도 아니고,

움직일 수 있고, 집안 일 다 하고, 정신력은 누구보다도 강한데, 그냥 가만히 집에 있으라고?

이건 나에게만 해당되는것이 아니라 모든 환자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정말 많이 아파서 꼼짝 못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무언가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좋을 것이다.

 

나에겐 그 무언가가 바로 공부이고 독서이다.

지식을 쌓고, 내면에 무언가가 들어차는 그 느낌, 난 그 느낌이 좋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보다는 더 성숙한 내일...... 

내가 원하는 삶이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그걸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공부이고 독서인 것이다.

 

그런데 생각만큼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원래 집중력이 부족한 데다 건강치 못한 몸으로 공부를 하려니 예전과는 다른 것이다.

고집스럽게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한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기로 계획한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만 집중해서 공부하자.

만약 몸이 아프거나 힘들면 과감하게 쉬고, 공부는 건너뛰자.

실내 자전거를 타기로 한 오전 8시, 산책을 하기로 한 오후 1시의 계획은 무조건 지키자.

나에게 최우선의 과제는 건강이니까.

 

나는 내가 환자라는 생각을 좀 더 했어야 했다.

어차피 아파서 공부를 못하는데, 책상 앞에 앉아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던 것이다.

나만의 위안이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좀 다르게 목표를 세워야 한다.

공부가 우선이 아니라 오전의 자전거 타기와 오후의 산책이 최고의 우선순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에 암싸사(암과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고, 인터넷 쇼핑을 하고, 이런저런 것들에 기웃거리느라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도 했다.

이젠 그런 시간들은 저녁식사 후 휴식시간으로 미뤄두었다 해야겠다.

 

하루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지만,

내가 허투루 시간을 보낸다면 하루는 그만큼 덧없이 흘러가버릴 것이다.

환자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 이렇게 집에 있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망이 크다.

몸이 회복될 즈음으로 생각되는 올 12월 31일, 나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암환자인 것을 알게 되고 수술을 한 1월부터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몸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환자로서 내 몸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다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고, 또한 매일 일기장에 쓰던 일기를 이제는 블로그를 이용해 일기를 쓰기 시작해 열심히 쓰고 있노라고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짱이, 너 참 잘 해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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