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으로 늘 어지럽고, 기운이 없는 나......
처음엔 나 혼자인 듯 너무 쓸쓸하고 외롭고 힘들어서 잠시만 혼자 있어도 눈물이 흘리곤 했던 나......
그런 내가 너무 불쌍했다. 비쩍 말라가는 내모습을 차마 보는 것도 힘들었다.
하루 세끼 먹는것도 힘들고, 식사 후 매번 두세 번의 설사를 해야 하는 것도 지쳐가고, 마른 몸으로 집안일하는 것도 버거웠다.
잘 살던 나였는데... 왜 내게 이런일이......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고, 내가 너무 가여워 눈물만 흘렸다.
그러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차 타고 드라이브 하기, 여행하기가 떠올랐다.
남편과 나는 결혼 초부터 언제든지 떠나고 싶으면 떠났다.
늦은 밤이던지 새벽이던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출발했다. 그것도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면 미리 출발 날짜와 시간을 맞춰야 하지만, 우리 가족만의 여행은 그런 구속이 없었으므로 시간만 된다면 얼마든지 출발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30년간 전국의 곳곳을 돌아다녔다.
전국의 맛있다는 집, 좋다는 곳을 모두 돌아다니며 우리의 젊음을 채워나갔다.
가끔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늙어서 할 얘기가 많을 거야. 다녀온 곳만 이야기해도 할 얘기가 많을거 같아"
항암을 하는 지금, 앞으로도 치병 생활을 해야 하는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기 좋은 곳에서의 힐링이었다.
넉넉한 살림살이라면, 한적한 시골에 땅 몇 마지기 사서, 주말마다 내려가거나, 아예 그곳에서 생활해도 되련만, 그저 집 한 채 있는 월급쟁이인지라 그런 건 생각도 못하고, 주말이면 자연휴양림 같은 숲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결심했다.
다행히 남편이 싫어하는 기색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어서 주말마다 공기 좋은 곳으로 힐링 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렇게 다니는 중에 석모도 자연휴양림에 가게 되었다.
워낙 강화도와 석모도는 자주 다니던 곳이었는데, 아프지 않을 때는 자연 휴양림이 있는지 없는지도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니.....
평일에 시간이 되어 강화도 둘러보고, 유명하다는 강화도 갯배 생선구이집에서 맛난 생선구이도 먹고, 조양 방직에 들러 차도 마신 후,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석모도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나의 목표인지라 언덕에 위치한 팔각정에 한 시간 정도 앉아서 신선한 바람맞으며 책도 읽고, 잠시 누워도 있었다.
기운이 없어 산책로를 걷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팔각정에서의 조용한 쉼도 나름 괜찮았다.
앞으로도 쭈~욱~~ 힐링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나의 우울함은 차차 치유가 되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어 함께 여행하는 즐거움이 바로 힐링인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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