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지만 비가 온 후라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늘 바람이 심하다고 하더니, 양쪽 문을 열어놓으니 맞바람이 불어 커튼이 휘날릴 정도이다. 이렇게 시원할 땐 여름 한낮이라도 산책을 나가거나 자전거를 타도 될 텐데, 역시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꾸 꾀가 나서 책상 앞만 지키고 있다. 그리고 사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나가고 싶지 않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공부하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좋다. 뭔가를 배우는 것이 이토록 좋을 수가!! 맛난 음식 먹으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하다. 이것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지금 이 시간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일이다. 나가고 싶지 않다. 이건 핑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같은 상황을 맞이하며 나는 다시 하나의 규칙을 만들어본다. 점심식사 후, 산책이나 자전거 라이딩이 필요할 수 있겠으나, 운동은 그냥 하루에 한 번만 하자! 남편과 저녁에 1시간 걷는 날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만약 남편이 늦는다고 하면 내가 나가고 싶은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자. 물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나가는 것을 선택하면 되겠다. 또한 남편이 늦는 날, 영화 보기로 하자. 그렇게 상황에 맞추어 나가면 되겠다.
어제, 오늘 공부하면서 내가 영어공부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린다. 모르는 것이 많아 체크할 것이 많으니 시간이 많이 걸릴수밖에. 그러나 그것도 기쁨이다. 알아가는 기쁨.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다. 갑자기 실력이 확~ 올라갈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2~3년 보낸 후, 훅~ 하고 치고 올라간 나의 실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한 계단 씩 천천히 가보자!
당분간은 아니 어쩌면 앞으로 계속 일 할 생각이 없다. 그냥 책 읽고, 공부하고, 사색하고, 명상하면서 살고 싶다. 늘려간다면 나의 운동시간일테다. 짧게 본다면 선선해지는 올 9월부터 운동 시간을 늘려 볼 생각이다. 앞으로 두 달, 8월까지는 운동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는다. 원래 좋아하지도 않는 운동을, 그것도 더운 여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지레 지쳐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온도가 조금 내려가는 저녁 시간에 남편과의 산책, 또는 시장에 다녀오기 위해 오전에 타는 자전거 정도만 생각하자!
운동에 대한 부담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어제, 오늘, 운동에 대한 무거움을 안은채 하루종일 영어공부에 빠져있다가, 오늘 문득 더운 여름동안은 그 무거움을 내려놓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움은 싫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두 가지 더 있다. 이건 저녁 루틴과 관련이 있다. 요즘 저녁 시간을 너무 허투루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나가지 않으니 넉넉해진 저녁시간을 적절하게 보내면 좋으련만, 그 반대로 시간을 보내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 잘못된 습관이 물들어 버린 탓이다. 갑자기 내게 쑥~ 들어와버린 '최재림' 배우에 대한 애정이 나의 유뷰브 보는 시간을 확~ 늘려버렸다. 가뜩이나 유튜브 보는 시간이 적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까지 한몫을 거드니,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유튜브로 보낸다. 그러니 잠자는 시간이 12시 전후가 되어버리고 저녁 시간이 허무하게 지나간다. 이런 시간이 얼마간 흐르면서 스스로에게 허망해지고 실망감이 오는 중이었다. 그러다 운동에 대한 무거움을 내려놓자 마음먹으며 저녁시간의 효율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두 가지.
하나는, 5년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데, 그 안의 내용을 그날 있었던 일들 중 생각나는 것을 대충 끄적이고 있었는데, 이미 다이어리에 그런 내용을 쓰고 있으니 5년 다이어리에 또 그 내용을 쓸 이유가 없다. 차라리 하루를 끝낸 한 밤중에 쓰는 다이어리니, 그날의 느낌을 좀 더 문학적으로 쓰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만약 오늘처럼 비가 그친 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었다면 그것에 대해 좀 더 시적으로 풀어서 써보는 것, 그에 대한 내 감정을 아름답게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쓰는 언어가 내 세상의 한계라고 하는데, 내 세상의 한계를 넓히는 고운 글, 아름다운 글을 몇 줄이라도 풀어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일상의 나열이 아닌, 짧은 시 한 편을 쓰는 느낌으로 하루를 마감한다면 참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두 번째는, 위에 적었듯이 저녁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산책을 한 후, 샤워하고, 바로 침대에 들어가 5년 다이어리를 멋지게 쓰고, 무조건 독서하기! 그 무엇도 하지 않고 무조건 독서하다가 졸리면 책 내려놓고, 불 끄고, 명상하다가 잠들기! 일찍 잠들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니 좋고, 6시까지 푹~ 자면 또 푹~ 자서 좋고. 유튜브는 침대에 올라가는 순간 무조건 클래식 음악 틀어놓기.
공부하다가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어 이렇게 쓰고 있다. 나에게 글은 나를 정리하고 사색하는 시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써온 일기가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일기로 바뀌었을 뿐, 계속되고 있다. 나에게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고, 나를 정리하고, 나를 숨 쉬게 하고, 나를 완성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글 쓰는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나를 어쩌지 못하고 방황을 멈추지 못했을 것이다. 내 삶은 독서와 글쓰기다. 많은 독서, 훌륭한 글쓰기는 물론 아니다. 나만의 그릇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주 소박한 것이지만 없어서는 안 될 나만의 병기, 나만의 안식처이다. 이런 습관을 갖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종원 작가는 말한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성공하거나 돈을 벌 수는 없다고. 그것이 글쓰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말에 공감하면서 또 공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나를 성장시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나는 아직 성공하거나 돈을 벌지는 않았으니까. 아닌가! 그동안 내가 영어선생님으로 변신하고, 그것으로 많은 돈은 아니지만 돈을 벌었고, 내 삶이 바뀌었으니 그것이 성공의 사례인가? 너무 소소해서 크게 공감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려면 또 아닐 이유도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할 텐데, 할머니가 된 내가 또 뭘 성공스토리로 이곳에 끄적이고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또 설레니, 난 이미 성공했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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