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일상

단조로운 생활이 좋다

by 짱2 2024. 7. 10.

지금은 7월, 24년의 반이 조금 지나고 있다. 학원은 그만둔 지 2개월째이고, 지인들 만나고, 부모님과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본격적으로 내가 생각한 공부와 사색의 시간을 위한 마무리 시간도 잘 보냈다. 마침 24년의 나머지 반이 시작되는 7월 1일이 월요일이서 그때부터 시작하려 했던 계획은 아빠의 허리부상으로 이틀이 뒤로 밀려나고, 할 수 없이 7월 3일부터 시작되었다. 

 

 

 

5시 30분 기상(오늘부터 6시 기상에서 5시 30분으로 변경했다. 잊고 있었던 아침 스트레칭과 명상, 이불 정리하기, 하루 계획을 할 시간이 필요했다), 남편을 위한 간단한 아침 준비, 집안 정리를 빠르게 하면 7시다. 7시에 모든 것을 마치고 책상 앞에 앉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내가 먹을 음식들을 준비해서 책상 위에 올려둔 후, 하루의 공부는 시작된다. 

 

그렇게 음악공부 ,시 읽기, 독서, 책 리뷰, 영어공부, 수학공부 등등을 하며 하루의 오전과 오후 시간을 보낸다. 중간에 졸리면 행복하게 낮잠도 잔다. 

 

오후 5시가 되면 남편과 나를 위한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당분간은 냉동실의 음식을 모두 소비하기 위한 메뉴를 만드는 중인데, 오래된 떡과 전, 빵, 치즈와 고기, 반찬 등이 있어서 7월 한 달간은 모두 소진시켜 버릴 생각이다. 이것들이 모두 없어지면 이제는 냉동실에 보관하는 음식은 되도록 구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대량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전혀 구입 안 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모하게 냉동실로 go 하게 되는 음식을 사양할 생각이다. 집에서 살림하니, 이제 필요한 만큼만 구입해서 바로바로 해 먹는 것을 추구할 생각이다. 사실 이제 남편도 아침 식사를 과일로 먹으니 한국식 밥상은 저녁식사뿐이다. 이마저도 일품식으로 해 먹으면 예전처럼 밑반찬 같은 것들이 필요 없어진다. 게다가 남편이 직장에 도시락을 싸가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간단하게 일주일에 한 가지만 가져가도 되니, 반찬 하느라 수고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때그때 맛나게 한 두 가지 해서 먹으면 된다. 오후 5시에 한 시간 정도 준비하면 6시에 남편과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고, 모든 설거지와 정리를 마치면 7시 30분쯤, 저녁 산책을 나간다.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취침 준비를 한다.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가 조금 졸리운 기운이 느껴지면 불을 끄고 나만의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많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잠이 들어버리니, 빨리 잠들 수 있음이 감사하고, 또 잠이 안 오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음이 또 감사하다. 

 

이렇게 평일의 시간이 지난다. 주말은 남편과 보내는 시간을 준비한다. 특별한 음식을 해서 먹기도 하고, 저녁엔 외식도 하고,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계획한다. 행복한 시간이다. 평일에 하지 못한 공부가 있으면 조금 욕심을 내보기도 하고, 남편이 tv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땐 나도 가계부를 정리하거나 집안일을 좀 더 하기도 한다.

 

이런 일주일 중에서 내가 먼저 약속을 잡거나 공연예매를 한 날엔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남편에게 약속이 잡힌 날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자전거를 타거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친구를 갑자기 만날 수도 있다. 

 

단조로운 생활이다. 그래서 더 좋다. 매일이 같다. 그래서 더 좋다. 예전에는 이런 단조로움이 싫었다.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어야만 했다. 남편이 갑자기 늦는다고 하면 다른 누군가를 찾았다. 그러다 아무도 만날 수 없으면 밀려오는 외로움에 몸부림쳤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게 뭘까? 그건 술과 담배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러서 그것들을 사고, 남편이 언제 들어올지 체크하며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심심함에서 오는 외로움. 심심함에서 오는 견딜 수 없음이 나를 타락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지나고 나니 그 시간들을 지금처럼 보냈더라면 암에 걸리지도 않았을 테고, 더 성공했을 테고, 돈도 더 벌었을 거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간들이 또 다른 나를 만들었을 테니까. 주님께서 이미 준비하신 것일 테니까. 깊은 아픔의 끝에 선 지금의 나에게 바라는 그 무엇이 있을 테니까.

 

조금만 더 몰입하는 '나'이고 싶은 욕심을 내본다. 자주 다른 곳으로 흥미를 빼앗기는 나를 좀 더 잘 다루고 싶다. '몰입'이 나의 지상 최대 관심사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