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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혼란스러움은 복리로...

by 짱2 2024. 7. 26.

7월은 조금 긴 한 달이다. 4주가 지나가는데, 아직 한주의 반인 평일 3개가 남아있다. 5월 10일까지 힘들었던 학원일을 그만두고 두 달여를 쉬었다. 지인들 만나고, 여행도 다녀오고, 바쁘게 몰아치는 시간을 보내고, 7월이 되면서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음악 듣고, 글 쓰고, 공부하고, 독서하고, 사색하는 시간... 그렇게 4주를 보냈다. 평일엔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또 몰아치듯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런데... 행복한듯, 행복하지 않은 느낌. 뭔가 쫓기는 느낌. 뭔가 빠져있는 듯한 느낌. 이건 뭐지? 당장 드러나지 않는 결실 때문일까? 내가 하는 독서나 영어공부가 눈에 띄는 무엇으로 보여지지 않는 허전함 같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럼 뭘까? 운동이 빠져서? 그럴 수도 있다. 어쩌면 이런 모든 것일 수도 있다. 

 

4주의 시간을 보내면서 몇가지 느낀 것들이 있다. 내가 참 욕심이 많다는 것. 'one thing'을 부르짖었는데, 영어공부도 몇 가지를 하고, 수학도 하더니 이제는 chat gpt까지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권을 다 읽으려 했다. 공부하다가 영화도 보고 싶어서 예매하고, 공연도 보고 싶어서 예매했다. 도대체 왜 이런 욕심이 무럭무럭 샘솟는 걸까? 무엇을 얼마나 더 하고 싶은 걸까? 몸이 아프면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내가 진정 죽고 싶기는 한 걸까?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가면 안 될까?

 

물론 몇 가지 내려놓았다. 여러 권의 책도 줄였고, 피아노도 내년으로 미뤘다. 영화나 공연도 참고 있다. 

 

학원을 그만두면서 다시 일을 시작하지 않을 생각을 했다. 만약 정말 어떤 일이 내게 슬그머니 다가와 운명처럼 해야 할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절대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다면 내가 투쟁하듯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암환자답게 정말 중요한 건강에 신경 쓰면서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 만들어 먹고, 쉬어가면서 살아야 하는것 아닐까? 아!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가보다. 지금도 이 일기를 쓰면서 그런 내 모습을 그리면 공부를 내려놓은것이 떠오르고 참을 수 없다. 난 죽을 때까지 공부하면서 살아야하는 호모쿵푸스인가 보다. 아마도 내 안의 무언가 허전한 부분이 있고, 그것을 채워나가야만 만족감이 드는 모양이다.

 

오늘 유튜브를 보다가 지금 나의 걱정을 조금 덜어줄 수 있는 영상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하나는 노후 걱정을 하기보다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술, 담배 안 하고, 건강한 음식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란다. 현재의 내가 건강한 삶을 살면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만들어간다면 노후에 아프지 않을 거 같다는, 하지만 만약에 아프게 된다면 그건 그냥 운명이려니 하면서 받아들일 거라는... 물론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최소한의 보험은 필요하리라. 하지만 참 현명한 생각이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노후의 걱정으로 오늘을 어지럽힐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과 결을 같이 하는 책튜브에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는 책을 리뷰하는데, 걱정한 사람이나 걱정하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똑같이 잘 살아간다는 것. 미래에 대해 걱정이 된다면 지금 조금 덜 쓰고, 저축하면서 살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쓸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지금 쓰고 싶은 돈도 못쓸 형편인데, 미래엔 어떻게 살지 막막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어떻게든 살아질 거라 말하지만 내 귀에는 참 철없는 말로 들린다. 그가 옳다고 할 수도 또 그렇다고 내가 옳다고 할수도 없다. 마찬가지로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남편과 이 문제로 얼마 전 감정이 조금 안 좋아졌었는데, 오늘 유튜브를 들으며 조금은 편해진 느낌이었다. 물론 뭔가 해결책이 툭~ 떨어진 건 아니다. 

 

그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원했던 답은 그러하니 같이 조금씩 아껴 쓰면서 살아보자는 것이었는데, 남편은 자신의 월급이 적다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나 보다. 내가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음에도. 더 이상 남편과의 대화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마음에 상처를 낼 뿐이었고, 계속되면 싸움으로 번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해나가자. 그는 내가 해결책을 내놓고, 이렇게 하자고 하면 받아들일 사람이지, 본인이 해결책을 내놓을 그릇은 아니니까(절대 남편을 무시하는 말은 아니다. 남편은 막내로 자랐고,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일 뿐..).

 

일을 그만두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하고 싶었다. 영어공부, 독서, 수학공부, 피아노, 저녁의 산책, 낮의 자전거 타기, 영화와 공연 보기, 건강한 음식 만들어 먹기, 남편과 나의 피부관리, 주말의 여행 등등... 그런데 체력이 약한 탓인지, 집중력이 약한 나에게 이런 모든 것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다 해낼 수가 없다. 그래서 몇 가지를 내려놓고, 다시 계획을 세우면서 열심히 조절해 나가는 중이다. 무언가는 내려놓아지고, 또 무언가는 더해지며, 어딘가 무겁고, 어딘가 허전해하며 살아가겠지. 짝꿍처럼 찾아오는 졸음과 왜 이렇게 고생하는가 싶은 의아함과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는 우왕좌왕의 헤매임까지 얽혀 나의 혼란스러움은 복리로 쌓여갈 텐데... 

 

어디로 갈지... 어디쯤에서 멈출지... 나도 아직 모르는 그 길을 내가 어디쯤 서있는지도 모를 그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