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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저소비 생활 1 - 가제노타미 -

by 짱2 2025. 12. 2.

사람들이 나에게 최근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으면(물론 이런 질문을 하는 지인은 없다. 다만 영어학원에선 주어진 질문 문항이 있어서 서로 묻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영어로 설명하느라 애를 먹는다) 나는 항상 'well dying'이라고 말한다. 사실 죽음을 말하지만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 즉 'well dying'='well living'이다. 

 

오늘 우연히 듣게 된 법륜스님이 한 말이 떠오른다. 천당에 가지 못할까 걱정하는 사람은 자신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두려울거라고. 잘 살고 있다면 천당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잘 살고 있을 거라고. 또 죽을 때 고통스러울까 봐 걱정하는 것도 지금을 건강하게 잘 살면 그런 걱정하지 않을 거라고. 되새김해 볼수록 맞는 말이다. 지금 잘 살아간다면 내가 천당을 갈지 지옥에 떨어질지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을 테고, 죽음 직전의 고통은 하물며 알 수조차 없는 것인데 미리 앞당겨 고민할 이유조차 없다. 그저 지금 좀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나의 생활을 좋은 루틴으로 만들어가며 살아가면 그뿐이지 않겠는가!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고민의 근본적인 부분으로 들어가 깊은 것을 건드려주니 나의 평소의 고민이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 평소의 신념도 더욱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well dying'을 위해 지금 나는 무얼 해야할까? 고민하던 나는 지금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오프먼트'라는 책이 도움이 되었는데, 강원도 여행 중이었던 나는 검푸른 동해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미래를 생각하면 뭐가 가장 두렵지?' 결론은 넉넉하지 못한 노후가 될까 봐 두렵다는 것을 알았다. 굶어 죽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여유롭지 못할 거라는 생각, 남들이 해외여행 갈 때 우리 부부는 그걸 부러워하고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런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무얼 해야 할지 생각했다. 남편은 내년 3월부터 직장에서 연장이 되어 월급이 줄어든다. 후년에야 국민연금이 나오는데, 그때까지 1년간 우리 부부는 좀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32년 2월에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 또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1년간, 다가올 6년 후의 삶을 미리 준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1년의 삶을 남편이 정년퇴임하기까지 5년간 더 살아간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우리의 평소 씀씀이를 생각하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생활비를 줄일 수 있을까? '오프먼트'가 우연히 내 곁에 온 것처럼, '저소비 생활'이라는 책이 또 내게 왔다. 마치 시험공부하듯이 열심히 읽었다. 밑줄 그으며, 옆에 메모하면서. 참 좋았고, 돈에 대한 나의 멘탈을 좀 더 단단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돈을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잠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면 정말 좋아하는 요소에 가닿을 것이다. 이는 저도 모르는 사이 물들어 있던 고정관념에서 자신을 해방하는 작업이다. 

고정관념을 내려놓으면 생활과 마음이 점점 가벼워진다. 그러면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즐기거나 공원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면서 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에 드는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하나씩, 또 하나씩 새로운 즐거움이 늘어간다. 게다가 돈의 힘을 크게 빌리지 않게 된다. 

 

처음 만난 이 구절부터 나의 두려움이 해소되는 것을 알았다. 나는 어떤 부분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가? 나는 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저 돈이 필요할 뿐이다. 만약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지금처럼 살고 싶다. 영화 보고, 공연 보고, 책 읽고, 공부하고, 사색하고, 남편과 여행하는 지금의 이 삶이 정말 좋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이런 것들이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책은 도서관에서 대여해 봐도 되고, 밀리의 서재는 공짜로 보고 있으니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된다. 영화는 5천 원에 볼 수 있고, 공연은 이제 한 달에 한 개 정도만 볼 생각이고, 오페라는 유튜브를 이용할 수도 있다. 남편과의 여행도 차박으로 다니면 큰 비용이 들지 않으니 내가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달려있다.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정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저자의 말처럼 마음도 가벼워지고 돈의 힘을 크게 빌리지 않아도 되니 행복도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테다.

 

 

 

 

 

자기 자신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뭔가를 더 해야 해', '더 노력해야 해'라는 기분이 들어서 지금 가진 것에 눈을 돌리지 못한다...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자신에게 엄격해진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아직 멀었어!'라며 조급해한다.... 존재하지 않는 이상을 무작정 좇기보다 우선은 지금의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 '이런 나라도 좋아'라는 여유로운 마음을 찾자.

 

이 부분도 참 좋았던 이유가 내 문제의 근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나의 불안은 표면적으로 노후에 대한 불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자신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쳤기 때문이다. 나도 깨닫지 못했던 것을 이 글을 읽으며 깊이 깨달았다. 지금 내가 이토록 불안해하며 애쓰는 것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늙어가는 내 모습  → 젊어 보이는 사람에 대한 질투심 유발, 돈이 없는 내 상황 → 잘 사는 사람에 대한 질투심 유발, 학벌에 대한 추구 → 대학원이나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 전문직인 사람에 대한 질투심 유발.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젊음과 아름다움, 돈, 학벌에 대한 자신 없음으로 자신이 한없이 초라했고, 가지고 싶은 만큼 절망했고, 가지지 못할 것에 대한 속상함과 불안함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렇다면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말대로 그건 존재하지 않는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걸 다 가진 사람도 드물 것이다. 다 가졌다 하더라도 그 사람 또한 뭔가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며 살 것이 분명하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다 그러하지 않은가! 왜 너만 다 가지려 하는가! 그건 욕심이다. 내가 가진 것을 보자.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가! 나밖에 모르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남편과 나의 엄마, 잘 자라주어 건강한 성인으로 잘 살아가는 내 아들과 며느리, 아늑하고 따뜻하고 편안한 내 집, 암도 극복하고 멋지게 잘 살아가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나 자신!!! 이보다 더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학벌도 미친 듯이 따라갔고, 아름다움도 이만하면 되었으니, 돈에 대한 것만 내 마음을 다스리면 될 터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에 내 마음에 쏙 들어온 내용이 있었다.

월초는 빈약하게, 월말에는 사치스럽게. 생활비 선점하기. 쇼핑메모. 지출메모. 꾸준한 저소비 생활 습관. 궁금한 것은 모조리 해보기. 가진 것으로 지내기. 

 

이런 부분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은 차차 마음을 다잡는 차원으로 한 번씩 자세하게 써 볼 예정이다. 쓸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랬다. 내 마음에 콕콕 들어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크게 도움이 되었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이 책을 다시 꺼내어 마음을 다잡을 생각이다. 예전에 구입했던 정리 노하우에 관한 책과는 다르게 좀 더 깊은 소비의 심리를 움직이는 책이다. 밀리의 서재에 이 책이 있음을 모르고 종이책으로 구입했으나 비용지출에 대한 아까운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내가 움직일 차례다. 실천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