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후 남편은 정년퇴임 한다. 그리고 내년부터 월급은 줄어든다. 물론 후년엔 국민연금이 나와 줄어든 월급을 채워줄 것이므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그러나 그런 5년의 시간이 지나면 국가에서 주는 국민연금으로만 살아야 하는 날이 온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준비하지 않은 예전의 나를 반성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연유로 몹시 고민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따져보았다. 노후 생활비가 얼마쯤 들어갈지, 내가 얼마나 절약하며 살 수 있을지... 미니멀 라이프, 다운사이징, 저소비생활 등의 듣기만 해도 노후 생활이 단단해질 것만 같은 이 단어들이 달콤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은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어야 함을 안다. 매도 먼저 맞아야 낫다고 했는데, 이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월급이 줄어드는 내년 3월이 아닌, 12월이 시작되면서 몇 가지 결심을 했다. 이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저소비 생활'이라는 책을 만난 이후이니, 나의 노후에 대한 걱정과 이 책과의 조우가 나를 정신 차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깨닫게 해 주었다고 본다. 다행이다.

내년 1년은 정말 월급이 확~ 줄어든다. 어쩔수 없이, 당연히, 또 의도적으로 그만큼의 월급으로 살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계속 그 월급만큼으로만 생활을 할 생각이다. 이 말인즉슨 지금 당장, 12월부터 줄어든 월급만큼만 가지고 계속 살것이고 후년이 되어 국민연금이 나와 예전만큼 월수입이 돌아와도 그런 삶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왜냐하면 6년후엔 정말 국민연금으로만 살아야하니까. 지금부터 6년간 절약하는 생활을 해서 그런 삶이 나에게 익숙해지고 당연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줄어든 금액을 모두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생각이다. 아마 무척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내 마음을 다질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나에게 절약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줄 책이, 나의 마음을 다잡도록 도와줄 책이 필요했다.
월초에는 빈약하게, 월말에는 사치스럽게
첫째 주: 정리, 청소, 일에 집중한다. 기본적으로 집에 있는 것으로 생활한다.
둘째 주: 집에 있는 것으로 생활하면서 월말의 즐거움을 계획하기 시작한다.
셋째 주: 하고 싶은 일에 돈을 쓰기 시작한다.
넷째 주: 마음껏 즐긴다!
첫째 주는 정리, 청소, 일에 집중하고, 구비해 둔 물품을 사용하면서 생활한다. 집도 깨끗해지고, 해야 할 일도 처리할 수 있어서 장점밖에 없다. 식비가 급감하고 수납공간도 깔끔해지기 때문에 습관이 자리 잡을수록 뿌듯함이 있다.
둘째 주는 착실히 즐거운 계획을 세우거나 사전 준비를 하는 주간이다. 이 기간을 두면 돈을 쓰는 데 신중해질 뿐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자세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정말 필요한지, 갖고 싶은지 생각해 본다. 그러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타이밍은 없는지, 새 제품이 아니어도 괜찮은지, 집에 있는 물건으로 대신할 수 없는지 저렴한 구매 방식이나 대용품 아이디어를 계속 떠올릴 수 있다... '여름 흰 셔츠 코디'등으로 인터넷에 검색해서 가지고 있는 옷을 새롭게 코디할 예시를 찾아보면, 괜찮은 스타일링 방법을 발견하여 옷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줄어드리기도 한다.
셋째 주에는 둘째 주에서 자세히 조사했던 하고 싶은 일을 실행에 옮기는 단계다. 이때는 기다렸다는 듯이 돈을 펑펑 쓰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높은 데부터 돈을 쓴다.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지금 당장 사용하고 싶은 물건, 부족하면 생활이 부편해지는 물건 등이다. 우선순위가 낮은 것은 지금 당장은 필요 없는 물건, 이미 집에 있는 물건 등이다.
만약 우선순위는 낮지만 흥미를 끄는 대상이 새 옷이라면 매장으로 입어보거 가거나 소재를 확인하는 식으로 일단 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부터 해본다.
넷째 주... 미술 전시를 보러 간다. 늘상 하는 일이라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으나 사치기간에 하는 스페셜 이벤트로 승격시키면 훨씬 즐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금액이 아니라 빈도와 타이밍을 바꾸기만 해도 만족도가 상당히 올라간다.
'월초는 빈약하게, 월말은 사치스럽게' 규칙에서 마음에 드는 포인트는 돈을 즐기면서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선순위가 낮은 소비를 잘라내여 돈 쓰는 만족도를 올리는 것이 '월초는 빈약하게, 월말은 사치스럽게'의 핵심 포인트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포인트는 돈을 쓰지 않는 월초 기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월초에는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중순부터 조금씩 쇼핑을 하러 나가거나 차를 마시며 즐기는 시간을 보냈더니 한 달 동안 돈과 시간을 균형 있게 사용할 수 있었다. 월 예산을 절약하면서 즐거움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괜찮은 방식이다.
소비 욕구는 행동으로 굳이 옮기지 않아도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잊게 될 때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 '소비를 참아야 해'가 아니라 '또 불필요한 소비를 할 뻔했네'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월초에 돈을 다 써버리면 월말에 무척 비참한 기분이 들 텐데, 오히려 월초에 빈약하게 지내면 이건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궁상떨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의에 의한 것이니 마음이 편안하고, 오히려 뿌듯한 마음도 들 것 같다. 마음 한구석에 돈이 있다는 든든함으로 쓰지 않아도 행복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힘이 날 것 같다.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지금이 빈약하게 구간인데, 냉장고 파먹기와 장 보러 가지 않기를 실행 중이다. 물론 공연 보러 가서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빵을 사 먹었지만, 앞으로는 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커피 때문에 몸이 좀 후들거리는 느낌이 든다. 꼭 마시고 싶다면 집에 사둔 인스턴트 커피나 마실 생각이다.
월초는 빈약하게 구간에서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긴 것은 돈을 아낀다는 그 부분이 아니라 그 기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 적용해도 이것이 딱 맞다.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다니느라 시간을 뺏기니 정작 공부를 하려 했던 계획이 모두 무산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허탈함이 남았다. 그래서 계획했다. 월초뿐만이 아니라 주초에도 어떤 계획을 잡지 않으리라. 사람들과의 만남도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만나기로(명품계 모임은 어쩔 수 없이 월요일로). 일주일 단위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외출이 잦으면 정작 내가 해야 할 공부, 독서, 사색, 명상, 글쓰기 등을 할 시간이 없다. 그런 날이 많아지면 나는 '붕~' 떠있는 느낌이 들면서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내 집, 내 방, 내 책상 앞에 앉아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할 때 나는 평온을 느낀다. 충만해진다. 이 감정이 제일 좋은데 이걸 놓치게 된다. 이젠 월초뿐만이 아니라 주초에도 불필요한 약속이나 계획을 잡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고 집중할 생각이다.
뭐든 바로 사지 않고, 가진 것으로 지내면 된다.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우선은 주변에 있는 물건으로 대신해 보고, 꼭 필요하다면 구매한다. 잠시라도 일단 멈추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처음 미니멀리즘을 접했을 때, 나는 무조건 뭔가를 버려야 하고, 집을 깨끗하게 꾸며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이 오히려 깨끗하게 꾸미기 위해 뭔가를 구입하게 만드는 즉, 또 다른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불만의 소리도 나왔다. 나도 당연히 수납용품을 구입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는데, 누구에게나 다 그런 과정이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며 위로했다. 아무튼 시간이 흐르며 나도 깨달은 부분도 있었고, 이렇게 책을 읽으며 나를 다잡게 된다. 이제는 뭔가를 사기 전에 대체품이 있을지 생각하며 소비를 절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옷'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 에효~~~
저자는 제안한다. 가지고 있는 것들로 코디하라고. 아하!! 나는 옷가게 만큼이나 많은 옷을 가지고 있다. 이 옷들을 다양하게 연출하면 어떨까?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예쁘게 코디하면서 입어낸다면 나의 만족도가 높아져 새로운 옷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 것 같다. 사실 옷을 사는 이유는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니 그 마음부터 접어야 한다. 이 부분은 다음번에 좀 더 구체적으로 쓸 예정이다.
저자는 옷을 고르는 기준도 제시한다.
1. 관리하기 편한 옷
2. 통풍이 잘되고, 움직이기 편하며, 착용감이 좋은 옷
3. 나에게 어울리는 옷
나는 예쁜 것을 우선시한다. 조금 불편해도 감안할 수 있는 마음이 준비되어 있다. 이쁘면 장땡이니까.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나이도 들었으니 편안함과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편한 관리도 물론이다.
무언가를 구입하기 전에 심사숙고하고,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내려놓을 줄 알아야겠다. 소비욕구가 강한 나를 조절해야 한다.
돈을 쓰지 않고 지내는 것은 근력 운동과 같다. 가끔 생각났을 때만 하면 충분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해야 좋은 습관이 생긴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이미 시작했다. 12월이 되는 그 순간부터. 저소비생활의 근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내년 3월엔 저소비생활을 하는 내가 궁상맞고 비참한 것이 아니라 참으로 멋지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갈 것이다. 뭐든 생각하면 해내는 나를 응원한다. 26년엔 무조건 저소비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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