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위암 초기, 대장암 3기로 위의 반 그리고 대장의 3분의 1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8회에 걸친 항암을 했다.
수술은 마취가 깬 후 굉장한 통증이었지만 반나절이 지나서부터는 견딜만한 정도였으나,
항암은 그야말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과정이었다.
위암은 초기라 마음의 부담은 없으나, 대장은 4기에 가까운 3기인지라 마음 한구석에 걱정 보따리가 늘 자리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들리는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은 정말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하지만 강아지를 위한 약이라는 찜찜함, 인간에게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불안함등으로 구입을 보류하고 있었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임상실험을 한 긍정적인 결과를 동영상으로 올리는 것을 보며,
괜찮으리라는 믿음과 나중에 가격이 오르거나 구입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결국 구입을 결정하고 주문을 했었다.
3개월치 펜벤다졸과 비타민E, 테라큐민..
이 세가지 품목이 50만 원이었다.
문제는...
나는 직구를 해본 적이 없어서 원래부터 물건을 구입하던 인터넷 사이트 '쿠팡'에서 구입을 하였는데, 이 곳은 메인 구매자가 아들이라서 나의 구매 사항이 아들의 휴대폰으로 알림이 간 모양이었다.
아들은 일반적인 병원 치료 방법인 대증요법에 반하는 기능의학으로 마음을 돌린 평소의 나의 마인드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고, 전이나 재발을 생각하는 나를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었는지 힐책하며, 만약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 해도 다시 수술을 하고, 항암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건히 고집하며, 왜 그런 것에 마음을 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요즘 느껴졌던 식도의 통증으로 생긴 불안함과 무력감, 우울증으로 약해진 마음에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에 대한 서러움까지 더해져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아들과 말싸움을 했다.
할머니들이 약장사에게 속아 한아름 약을 사들고 온 것이라 생각하며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해도 아들은 검증 안된 약을 엄마가 먹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다며 결사반대를 외쳤다.
엄마가 약해져서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느냐며 나의 의학에 대한 견해까지 옳지 않다고 자신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고, 차라리 엄마가 늘 말하던 자연치유를 더 열심히 하라고 권유했다.
아들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안다.
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험처럼 펜벤다졸을 사놓아야 마음이 편안해질 내 마음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서로 같은 말을 반복하며 30분 이상을 아들과 말싸움을 하고 있었고,
마침내 남편은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며 아들을 나무랐고,
전화기 너머의 아들마저도 이젠 울기 시작했다.
다 큰 아들의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우스운 한 가지는 내가 대행사를 통한 직구라지만 직구를 해보지 않은 탓에 그냥 카드결제만 하면 끝나는 줄 알고 제대로 구입 절차를 거치지 않아 구매가 이뤄지지 않았고, 세관 문제 등으로 취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젠장... ㅋ
나와 남편, 그리고 아들의 대화 아닌 대화(전화통화)로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직구를 많이 하던 아들은 엄마가 필요하면 그때 자신이 구해주겠다고 약속했고, 나도 바로 먹기 위해 구매를 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러기로 했다.
그리하며 펜벤다졸 구입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이전 글에서 썼듯이... 내가 그 약을 먹을 일이 없게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일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펜벤다졸이 정말 효과가 있어서 지금 먹고 있는 분들이 암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해지고, 모든 암 환우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희망을 주기를 정말 온 힘을 모아 간절히 또 절실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