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새벽에 눈이 떠졌다.
그대로 다시 잠을 청해볼까 하다가 이따가 졸리면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고, 지금 일어나서 할 일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그대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하루가 무척이나 길어진 느낌이다.
매일 새벽 5시에 기상을 하려고 했다.
하루를 멋지게 계획하고, 잠시 영어공부를 하고 아침을 맞이하려 했다.
하지만 8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9시가 다 된 시간,
아무리 간단하게 간식으로 저녁을 먹고, 정리하고, 씻고, 바로 누워도 10시이다.
아무리 빨리 자려고 허둥지둥 서둘러도 10시반정도가 된다.
5시 기상을 하면 많이 자야 6시간 반이다.
그런데 이건 가상의 경우이다.
여차해서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잠이 들면 겨우 5시간을 조금 더 자게 되는 셈이다.
예전의 '건강한 나'였다면 그렇게 강행군을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술을 마시느라 이런 계획은 곧 무산됐겠지만...
현재의 나는 환자... 그것도 암환자다.
그 무엇보다 섭생이 중요하고, 충분한 잠도 필수적이다.
결국 나는 다시 남편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6시 기상을 선택했다.
편안하게 12시에 취침하고, 남편의 아침은 알아서 먹고 가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저녁 식사도 혼자 해야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고,
저녁 10시에 새벽 2시 사이에 좋은 성장호르몬이 나온다고 하니, 일찍 자는 편이 건강에도 좋아 기상은 6시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늦게 자게되면 배가 고파져 저녁을 먹게 되니 위에 부담도 될 것이다.
그렇게 아침 6시부터 시작된 나의 하루는 정말 바쁘다.
남편이 출근하는 7시까지 식사 준비, 설거지, 이부자리 정리, 출근할 준비 미리 해두기(옷 골라서 꺼내 놓기), 청소, 커피관장 물 끓이기 등등...
남편이 출근한 후인 7시면 커피관장, 반신욕으로 한 시간이 넘게 소요되고, 샤워와 화장을 하고, 밥을 먹고, 머리까지 정리하고 나면 9시가 훌쩍 넘어버린다.
그때서야 진정한 나의 시간이 되는데, 10시부터 점심시간인 12시까지는 공부를 하려고 계획을 했지만, 요즘 들어 통 공부를 하지 못했다.
이 부분이 나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일까?
바쁜 와중에 어떻게 그 많은 책을 읽고, 자기 관리를 하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이 나지 않을까?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많은 걸까?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아침에 일어나면 피곤함이 커서 잠도 모자란 듯 느껴지고, 요즘 들어 책도 많이 읽지 못하고, 공부는 하나도 하지 못하는 나를 생각하면 침울해지기까지 한다.
이래서야 내년부터 무슨 운동을 하고, 무언가를 배우러 학원을 다니고 하겠는가!
그런데 참 신기하다.
이렇게 일기를 쓰며 하루 일과를 정리하다 보니,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의 시간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잠을 푹 자고, 새벽에 일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나를,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어떤 것이든 해 낼 수 있을 자신감이 생긴다.
새벽 1시, 2시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12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뜨던 예전의 못난 생활습관을 생각해보라.
지금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나에게 주어져있는지.
청소 스트레스로 피곤한 나를 도와줄 로봇청소기도 구입하지 않았는가!
퇴근 후 서둘러 정리를 하고, 10시 전엔 침대에 앉아 나를 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고, 독서를 하며 잠을 청하고,
아침 6시엔 일어나 남편에게 맛있는 아침을 준비해주고, 아늑한 나의 집을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하고,
7시부터는 나의 건강을 챙기고, 출근 준비를 하고,
10시부터 12시까지는 무조건 나의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쓸 수 있도록 하자.
2019년 한 해는 암으로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건강을 생각하는 삶으로 바뀌었고, 주변도 돌아보는 전화위복의 시간이기도 했다.
50년의 내 맘대로의 삶에서 더 건강하고 멋진 삶으로 변신하라는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을 위한 플래너도 구입했다.
조금 무거워 다른 얇은 플래너를 구입해서 따고 가지고 다닐까 했는데, 어젯밤 조금 무겁더라도 항상 지니고 다니기로 결정했다.
이제 한 달 정도 남은 2019년을 잘 정리하고, 좋은 습관으로 나를 물들이며 2020년을 멋지게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