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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여기까지만...

by 짱2 2019. 11. 30.

시누이가 몇 번 나를 빼고 남편만 불러서 저녁 겸 술을 마신 후 내가 퇴근하는 9시 즈음에 집으로 돌려보냈다.

얼근하게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이젠 내가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퇴근시간이 늦는 것 때문에 등등으로 이해해보려 아무리 애를 써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나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올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지난 15년 동안 남동생만 따로 불러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항상 올케와 함께였다.

이건 동생네 부부에 대한, 특히나 내 동생과 함께 사는 그녀에 대한 예의였다.

 

하물며 암 수술 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약해져 있는 올케를 상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나를 빼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나에게 문자로라도 얘기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렇게 돼서 올케는 못 부르고 우리끼리 먹으니 서운해 말라고. 다음에 같이 먹자고.

본인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가장 분노할 사람이면서.

 

무슨 일만 생기면 동생에게 전화는 해대면서,

나에게 건강 어떠냐는 전화 한번 하지 않는다.

통화를 하게 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만 쏟아내고 나의 안부는 대충 듣는다.

내가 시누이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느낌이 참 싫어 아픈 이후로는 되도록 통화를 하지 않으려 했다.

아마도 나의 이런 마음이 그녀에게도 느껴진 모양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덜 연락할 테니.

하지만 동생만 불러서 저녁을 먹는 건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마음이 서운해지니, 조카들에게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수술한 후 10개월 동안 그들에게서 전화 한 통, 문자 하나가 없다.

서먹한 사이도 아니고, 함께 여행하고, 함께 밥을 먹은 추억을 가진 조카들인데, 외숙모 건강은 어떠시냐는 전화 한 통이 없다.

만약 내 남편인 외삼촌이 아프다면, 분명 시누이는 전화는 말할 것도 없고, 조카들을 데리고 집으로 찾아왔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니 참으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그녀와 나는 여기까지인 것이다.

여기까지인 것은 좋다. 우리나라에서의 일반적인 시누이와 올케 사이를 생각한다면.

우린 그 이상으로 어울렸었기에 서운한 마음이 더 크고,

수술 후 만날 일이 있으면 자기가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아느냐며 혼자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보이곤 하는 것이 더... (말없음이다. 표현이 과해질 듯해서...)

그렇다면 진심으로 나의 건강을 염려해주고, 쾌유를 빌어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기에는 그녀는 자신이 윗사람이고,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만의 아집으로 꽉 차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단점이나 잘못을 듣는 것을 쿨 하게 받아들일 만큼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해 온 30년 동안 난 그녀에게 잘못된 습관을 들이게 해 주었고, 그것에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것을 깨뜨리는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아픈 일일지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하며 내 마음을 계속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난 암환자이고, 스트레스가 어떻게 작용할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읽으며, 동영상을 보며 계속했었던 나의 생각, 아닌 사람은 아닌 것이고, 멀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그 생각을 다시 한번 굳힌다.

이 생각은 나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요즘 그녀가 남편에게만 전화하는 걸 보면 그녀도 나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는 듯하다.

차라리 잘 된 것이다.

이렇게 되어가는 것, 불편해하지 말자.

우린 여기기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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