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침은 참으로 바쁘다.
5시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 늘 궁금해하는 몸무게를 잰다. 늘 같은 몸무게, 큰 변화가 없는 몸무게이지만 항암 하면서 크게 줄어든 몸무게에 예민해져서 매일 몸무게를 체크한다. 그다음은 아침 확언 동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하며 침대 정리를 한 후, 물을 한 잔 따뜻하게 데워서 책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 모금씩 마시며 아침 기도를 하고, 감사일기, 자기 확언을 노트에 적는다. 이것이 나의 새벽 루틴이고, 대체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6시부터는 더욱 바빠진다. 출근해야하는 남편을 위해, 또 나를 위해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한 후, 7시 30분까지 설거지와 청소를 마친다. 정말 이 시간은 날아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사를 마친 후부터 약 1시간 동안, 커피관장을 위한 물을 끓이고, 설거지, 청소, 커피관장을 위한 모든 준비까지 마쳐야 한다. 이렇게 서둘러 집안일을 하는 이유는 커피관장 후, 아침운동을 하고, 오전 간식과 출근해서 학원에서 먹을 간식까지 모두 준비를 마치고, 신문도 읽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7:30 ~ 9:30 커피관장, 아침운동
9:30 ~ 10:00 간식준비
10:00 ~ 11:30 간식 먹으며 신문 읽기, 공부
11:30 ~ 12:00 출근 준비
12:00 ~ 점심 먹고, 책 보다 출근
이렇다 보니 나의 아침은 정신없이 흘러가고, 커피관장과 아침운동은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필요로 하기에 6시부터 시작된 3시간 반의 루틴은 이미 나를 지치게 만든다. 결국 공부할 시간에 졸음이 밀려오고,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만 불편하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잠을 잤어야 학원에 가서 피곤하지 않게 일을 할 텐데, 분명 일하면서 무척 힘들 것이라는 염려가 밀려들기 때문이다.
몇 달 동안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고, 다 해내야 할 것들뿐이라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공부를 내려놓는것 뿐이었다. 평일엔 공부를 하지 말고, 토요일 하루에 집중해서 공부하자고 결정을 했다. 그러다 최근에 들은 얘기에 마음이 많이 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해온 방법이 아무리 좋아도 그건 지금까지 좋았던 방법이고, 지금부터는 예전과는 달라진 나에게 다른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충 이런 얘기였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 것을 바꿀 것인지 고민을 하다 보니, 역시 커피관장과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이 나에겐 커다란 힘겨움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물어볼 곳이라곤 보은동원님인지라, 카톡으로 내 의견을 보내보았다. 그분은 커피관장 재료를 내게 보내주는 분이고, 그쪽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 분이니 내게 분명 필요한 답을 보내줄 거라 믿었다. 나는 그분이 커피관장을 매일 해야하는 것이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다. 그렇다면 내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틀에 한번 꼴로 하는 것에 대해 흔쾌히 괜찮다고 답을 보내주었다.
'매일 하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를 살펴보며 찾는 과정으로 이틀에 한 번으로 변경하는 것도 괜찮다. 사람마다 상태가 다 다르므로 적절점도 다 다르다. 본인에게 맞는 적절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해라'.
그렇다. 정말 맞는 말이다. 꼭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닐 터였다. 나에게 맞는 적절점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그래서 오늘부터 커피관장과 아침체조를 번갈아 하나씩만 할 생각이다. 마음을 정하고 나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우선 내 체력이 지나치게 소진되지 않을 것이니 퇴근할 때까지 너무 피곤하지 않을 것이고(지나친 에너지 소모가 되지 않아 살찌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1시간 늘어난 시간으로 신문 읽을 시간도 확보되고, 공부할 시간도 늘어났다.
어쩌면 이렇게 마음이 편안할까! 새벽에 일찍 일어나도 공부시간에 시간을 내서 잠을 잘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일찍 눈을 뜨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함도 사라진다. 한 가지를 내려놓으니 많은 것들이 들어온다. 이렇게 일기를 쓸 시간도 많이 낼 수 있을 것 같다. 늘 시간에 쫓겨 일기 쓸 시간 내는 것도 벅찼었으니...
오늘부터 새로 변화된 루틴을 적용해볼 것이다. 편안해진 마음과 이틀에 한 번씩 하게 될 커피관장과 운동이 어떤 변화로 찾아올지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몸의 변화는 앞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이지만, 정신적인 평화로움은 어제 결정한 그 순간부터 찾아와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나의 몸은 달라지고 있지 않을까? 행복하다. 행복하다. 정말 행복하다. 아프기 전 보다 더 건강해진 나의 마인드가 분명 내 몸에까지 전달되어 더 건강해질 것이다.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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