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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잃어버림... 자연스러운 버림

by 짱2 2020. 8. 18.

8월 15일이 토요일이라 17일 월요일이 대체 휴일로 바뀌었다.

학원에선 따로 휴가도 없어, 이 기간을 휴가로 잡았다.

2박 3일 동안, 커피관장용 커피를 판매하는 동원님을 한 번쯤은 만나고 싶어서, 그분이 살고 계신 경상남도 양산으로 잡고 출발을 했으니, 그 근처인 부산도 덤으로 둘러보기로 작정을 했다.

 

계획한 대로 잠시 그분의 얼굴을 보고, 선한 행함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 만나는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고마움 그리고 나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분을 위한 어떤 것도 준비해 가지 않은 나의 불찰이 죄송한 마음이었으나, 지금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생각나지 않음은, 결론은 마찬가지였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가게 될 것이고, 그때는 따로이 준비할 것이 있지 않을까?

사람의 인연이 닿으려면 어떻게든 닿게 되겠지.

 

여행 첫날, 양산의 어디쯤에서 자야할지 고민이 되었는데,

차박을 하려니 통도사 주차장이 제법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덥기도 하거니와 재미없는 공간이라, 내원사 계곡으로 이동을 하니,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공간이 텅 비었고, 화장실도 있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참 좋았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남편은 모자란 술을 한 잔 더 하는 동안 나는 흐르는 계곡물에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개운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늘 그렇듯이 새벽에 일어나 책을 좀 읽고, 동이 터 환해지기에 준비해 간 일기장을 꺼내 그림도 그리고, 감사일기, 자기 확언을 썼다.

자고 있던 남편을 서둘러 깨워, 전날 더워서 돌아보지 못한 통도사를 둘러본후 아침식사를 하자며 통도사로 향했고, 통도사 주차장에 도착한 후에야 내가 애지중지 여기는 일기장, 그림도구, 필통을 가방에 넣어둔 채로 내원사 벤치에 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돈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 자리에 있으려니 하고 다시 가본 그 자리에 나의 물건은 신기하게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내원사 입구의 돈 받는 분께 혹시 누가 분실물 맡긴것은 없는지 여쭤보니 없단다.

아~ 그렇게 나의 일기장과 그림도구는 나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어이없음, 황당함, 허전함, 허탈함, 절망감, 실망스러움...

그리고 잠시 후 찾아온 위안...

잠시동안의 혼란스러운 감정후 찾아온 위안의 감정이, 억지스러운 나의 유도된 감정이었는지도 모를 감정이 나를 오히려 평온하게 했다.

그 벤치는... 아침 루틴을 시작하는 무거움을 나로부터 내려놓도록 이미 준비하신 자리는 아니었을까?

독서와 일기쓰기는 뒤로 미룬 채, 어쩌면 불필요한 일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고, 숙제처럼 해내고 있던 그림 그리기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간낭비였을지도 모를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는 말씀은 아니었을까?

 

일기장은 미리 사놓은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됐고, 다시 그림도구를 사야 하는 건가? 하며 잠시 망설였으나, 내게 무거운 아침이었다면, 잃어버림으로써 나를 가볍게 하라는 말씀으로 듣자고 결심했다.

사실, 이 공간에 일기 쓸 시간도 내지 못한채 귀중한 새벽시간을 보낸 적이 여러 번이고, 독서 할 시간도 내지 못했다.

잠과 바꾼 소중한 시간이 허투루 흘러가고 있었다.

그림 그리기는 다시 하고 싶을때, 그때 준비하기로 하고,

지금은 짧게 자기확언과 감사일기만 쓰기로 했다.

 

물건을 미니멀하게 줄여가기로 한 내게, 어쩌면 적절한 타이밍에 생활에서의 미니멀함도 필요함을 일깨워 준 날이었다.

이 마음 잊지말고, 가볍게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매일도 가볍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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