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오늘부터 학원에 출근하지 않게 되었다. 휴일에 이어진 첫 휴무이고, 격일로 휴무가 내려진 남편과 차박으로 여행을 다녀와 지금 내가 출근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 중이다. 내일 남편은 출근을 하고, 나는 출근하는 날과 다름없이 생활을 하고, 근무하는 시간이 될 낮시간은 독서를 하며 보낸 후, 저녁시간은 평소에 나의 늦은 퇴근으로 함께 하지 못한 남편과의 시간으로 보내려고 생각 중이다. 함께 저녁을 먹고, 자전거도로를 산책하며... 공부를 하고, 독서를 하는 시간을 좀 못하더라도 남편과의 행복한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생각 중이다.
그런데, 온종일 재택근무를 하게 된 아들이 혼자서 밥 해 먹기가 힘들다며 집으로 오면 어떤지 물어보는 전화가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출근을 하면 회사에서 주는 점심 한 끼라도 해결이 되니, 아침은 대충 먹더라도 저녁만 해결하면 되는데, 재택근무를 하게 되니,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집으로 오겠다는 아들이 반갑기는 하지만, 잠을 자고, 일 할 장소를 내주어야 하는 것이 문제다. 고민을 하다가 내가 쓰는 공부방을 내주기로 했다. 컴퓨터로 하던 일들을 아쉬운 대로 아이패드로 한다면, 굳이 공부방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책과 몇 개의 노트와 필기도구를 모두 안방으로 옮겨놓고, 모든 일을 안방에서 해결하면 될 터이다.
각자 생활했었기에 다시 뭉쳐서 생활한다면 분명 불편한 부분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잘 챙겨주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줄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오히려 나에겐 잘된 일이라도 생각된다. 매일 새 밥 짓고, 맛난 반찬 만들어 함께 먹어본지가 얼마나 오래된 일인지....
중국에서 2년, 군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고, 아들이 독립해서 나갈 때까지 30년이라는 시간 동안을 돌아보니,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해 저녁 식사로 외식을 하거나 안주 위주로 만들어 먹은 적도 참 많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분명 매일 함께 밥을 먹었을 것인데, 삼시세끼 매일매일 챙겨준 기억이 없는 건 뭣 때문일까? 단순히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미안한 마음이 커서일듯하다. 건강을 생각한 밥상을 모르고 살았던 시절, 술이 우선이었던 삶... 그 미안함이 늘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키도 많이 자라지 않고, 체격도 크지 않은 아들을 볼 때마다 내 잘못인 듯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암환자가 되어서야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나의 아들은 내 품을 떠난 성인이 되었다. 그래서 아들이 장가를 가고 손주를 보면 내가 봐주며 잘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며느리 될 아이가 허락을 해줘야 할 일이고, 나의 체력이 허락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들이 내일 저녁에 온단다. 아들이 오면 내가 생각한 만큼 공부하고 독서를 하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으러 오겠다는데, 그동안 엄마가 못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러 아들이 온다는데... 음식 솜씨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아들이 좋아하는 돼지 두루치기, 닭볶음, 그리고 몸에 좋은 된장찌개, 나물 반찬들을 만들어 함께 먹으며 하하호호 웃는 저녁 식탁을 꿈꾼다. 내일부터는 아들 덕분에 더 바빠지겠다. 코로나로 학원을 못 나가게 되면서 휴식의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오히려 우리 세 식구의 행복한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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