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엄마는 서로 많이 사랑한다.
엄마는 나없이는 못살 정도로 나밖에 모른다.
엄마에겐 남편보다도, 남동생보다도 내가 제일 우선순위다.
지난번 글에도 썼듯이 내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해도 믿을 엄마다.
그런 엄마에게 갑자기 청천벽력같은 말을 해야만 했다.
내가 암에 걸렸다고. 암환자라고.
그것도 위암과 대장암.
엄마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을것이다.
차마 내앞에선 울지도 못하시고(내가 힘들까봐)
얼마나 속을 끓이셨을지..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걱정하시는지 앎에도 불구하고,
아픈 나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나를 마치 어린 아기 대하듯이 하는 엄마가 싫었다.
내 나이가 50인데.. 엉덩이 두들기고, "오늘 뭐먹었어요" 라고 물어보는 건 좀 오버다 싶었다.
그뿐이랴.
먹는것가지고 매번 말다툼하고,
조금만 아프거나 힘들어하면
수술한 병원가자, 동네 병원가자, 요양병원 입원하자하며 엉뚱한 얘기를 한다.
내가 엉뚱한 얘기라고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엄마는 내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무조건 무슨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재의 나는 굉장한 아픔이나 병원에 갈 타당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한 갈곳이 없다는 것이다.
수술한 서울대병원은 담당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는 몇주전 예약해야만 가능하고,
정말 어쩔수 없을만큼 아파야 응급실로 들어갈 수 있다.
약간의 증상으로 응급실에 갈수 없지 않은가!
동네병원은 또 어떠랴.
내 증상은 대충 보고, 영양제 주사로 돈버는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요양병원은 내게 필요한 곳이 아니다.
나는 집에서 편안히 지내는 것이 더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그곳에 가면 내가 무조건 좋아질거라고 생각하셨다.
이 세곳의 병원을 가자고 몇번을 나하고 다투다시피 말싸움을 했고(이건 마치 말의대결이었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서운해할것을 알면서도 매우 강하게 내 의견을 피력했다.
이젠 더이상 엄마도 얘기하지 않으신다.
정말 다행이다.
엄마와 말씨름을 하고나면 육체적으로도 지칠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몹시 피로하다.
엄마에게 잘못했다는 자책감까지 더해져 심신이 피곤해진다.
엄마와 나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엄마의 이해력은 사실 깊지가 못하다.
다른집 딸들이 엄마와 대화가 잘되는것을 보면 참 부럽다.
하지만 엄마를 탓하진 않는다.
엄마와 나의 나이차이, 엄마의 세상 보는 눈의 차이, 엄마가 살아온 과정의 차이때문이니..
나에 대한 사랑은 이세상 어느 엄마 못지 않으시기 때문에 나는 대화가 잘 되는 다른집 엄마보다도 나의 엄마가 더 좋다.
그럼에도, 그걸 앎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도 엄마에게 짜증내고,
엄마에게 돈이 들어가는것을 아까워한다.
내 삶이 그리 넉넉치 않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나의 이기적인 맘이 클 것이다.
순수하고, 착한 나의 엄마, 이세상에서 나밖에 모르는 나의 엄마..
부족한 딸이라 이렇게 나만의 잣대로 엄마를 평가하고, 짜증을 부린다.
아픈딸이라고 더더욱 서운함을 내색하지 못하는 엄마.
미안하고, 고맙고,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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