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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5 (행복)

by 짱2 2024. 11. 23.

행복하다는 건 뭘까? 우리는 종종 행복하고 싶다고 말한다.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정작 행복하지 않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행복이란 단어를 제거하면 행복할 수 있다.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더라고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사실 크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그의 생각 때문에 그를 염세주의자라고 말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우리들은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행복해한다. 오히려 그렇게 많은 감동을 하면서 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감성의 사람이 실망스럽거나 슬픈 일엔 그와 반대로 크게 실망하지도 크게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쇼펜하우어가 크게 휘둘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일테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에 휘둘리며 사는가! 친구의 해외여행, 비싼 가방에도 마음이 휘둘린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이 다를진대, 비교하고 저울질하면서 삶을 비관하고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저 내 삶을 살면 되는데 세상의 잣대에 휘둘린다. 나의 중심이 흔들리는 것이다. 

 

 

 

 

행복을 손에 넣고 싶다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 이외의 다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행복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지의 실천을 했을 때 길의 중간에서 우연찮게 얻은 물 한 모금 같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행복하고 싶다면서 살아본 적은 없다. 살다가 문득 느껴지는 어떤 감정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때가 언제일까?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남편과 산책할 때, 여행을 앞뒀을 때, 공부가 잘 될 때... 일상 속에서 문득 느껴지는 감정, 내가 하는 일에서 오는 만족감의 후속 편... 나에게 행복은 그렇게 온다. 나의 행복의 기준점이 그다지 높지 않은 탓에 다행스럽게도 자주 느껴지는 감정. 쇼펜하우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연찮게 얻은 물이 참 많다는 것. 

 

 

 

 

행복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행복을 활동 그 그체로 본다. 행복하다는 것은 내가 지금 잘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잘 산다고 느끼는 까닭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요약하자면 행복은 '잘하고 있다'는 지속이다. 

 

바로 이것이다. 내가 행복을 자주 느끼는 이유. 내가 잘살고 있다는 것! 잘하고 있다는 지속! 

6년 전의 내 삶은 우울한 나날의 반복이었다. 술과 좋지 않은 습관들로 스스로 만든 어둠 속에 있었다. 죽고 싶었고, 왜 사는지 이유를 몰랐다. 오늘과 같은 내일이 지겨웠고,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더랬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포근한 침대에 몸을 누이며 내일의 태양을 뜨겁게 기다리며 잠들고, 새벽에 눈을 뜨며 그날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를 올리고 그 하루가 얼마나 기대되는지. 스스로 잘살고 있다고 인정하는 삶을 살아가며 그런 삶을 지속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음이 더 이상 지겨움이 아니라 감사와 행복임을 안다.

 

 

 

 

 

행복은 성숙한 인간이 되는 모든 과정의 연속이다. 따라서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상태와 과정도 행복이다. 

 

내가 쇼펜하우어를 대단한 철학자라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것을 이렇게 한방으로 정리해 준다. 성숙한 인간이 되어과는 과정마다 내가 느끼는 그 감정이 행복감이었다. 해외여행이나 비싼 가방을 소유하는 것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라 책 한 줄에서 느껴지는 감동, 공부하다가 이해되지 않던 것이 내 것으로 흡수될 때 느껴지는 황홀감, 집안으로 스며드는 따뜻한 햇살에서 느껴지는 포근함, 자연의 신비... 나는 이런 감정에 둘러싸인 내가 좋다. 그리고 매일의 삶이 이런 감정의 연속이다.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 오늘보다 더 커진 내일이 정말 설렌다.

 

 

 

잘 산다는 말은 인간성이 원활히 발휘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인간성이야말로 인간 행복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인간성이란 인간다운 기능이다. 인간의 기능은 생식, 감각, 사유로 나뉜다... 사유는 오직 인간에게만 내재된 기능이다. 사유를 통해 인간은 인간다워지고, 사유를 인생의 본질로 삼았을 때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진다. 따라서 행복은 사유다. 생각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선한 삶이고, 삶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내가 배철현 교수의 책 '심연'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심연'에 이어 '정적', '수련', '승화'까지 이어진 네 권의 책은 나의 인생최고의 책이다. 그의 책을 통해 앞으로의 내 삶의 방향을 정했다. 그의 책과 함께 사색하는 삶,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일생일대의 꿈을 품었다. 그때부터 삶은 철학이 되었고, 사색은 일상이 되었다. 매일의 성장이 삶의 목표가 되었고, 내 공부의 이유가 되어주었다. 평생 곱씹고, 읽고 또 읽는 책이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도 그렇게 될 거 같다. 이 책도 쉽지만은 않다. 한 구절을 읽고 사색하지 않으면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진도를 빼기 위해 읽을 책이 아니다. 곱씹고 곱씹을 책이다. 쇼펜하우어도 말한다. 사유하라고. 삶을 생각하라고. 

 

내 삶의 화두는 '왜 사는가!'이다.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처럼 나는 늘 내가 왜 사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내가 사는 이유가 있을 텐데. 이 질문이 갑자기 커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몹시 쓸쓸하다.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내 깊은 곳에서 그 답을 찾지 못한 허무함이 한없이 밀려든다. 평생의 화두일까? 열심히 살면서도 그 이유를 모른다. 그런 이유로 다른 이들이 왜 그토록 열심히 사느냐고 어이없어하면서 물을 때 나는 또 흔들린다. 글쎄... 나는 말한다. '그게 나예요...' 그러니까요. 그게 왜 너냐고요. 그냥 그런 줄 알라고요... 그들에게 답을 해주고 싶다. 잘난 척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답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과 공감하고 그들도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다. 선택은 그들의 몫이겠지만 최소한 눈에 보이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다. 

 

다행인 것은... 지금도 그들은 나에게서 열정을 흡수하고, 희망을 가져간다. 

 

어제 지인이 말했다. '너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고, 자신들의 멘토가 되어달라'라고. 최근에 내가 들은 말 중에 가장 멋진 말이었고,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었다. 나는 이런 말이 필요했다. 왜 힘들게 사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갸우뚱 거리는 말이 아니라 잘하고 있으니 계속하라고, 그리고 그 힘을 나누어 달라고. 그 말을 지인이 바로 어제 내게 해주었다.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이었다. 그때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겠지...

 

내가 스스로 선택한 나만의 대학생활이 얼마 전 10월 14일에 시작되었다. 오늘로 40여 일이 되었다. 내가 선택한 졸업날짜는 2028년 10월 14일, 4년 후다. 그때 나의 영어실력 향상은 디폴트값이다. 왜냐하면 나는 영문학과 대학생이 되었으니까. 그와 함께 부전공으로 철학을 선택했고, 교양과목으로 문화, 예술, 문학을 공부할 거다. 졸업할 때면 그 전공에 맞는 취업을 하듯이 나도 그에 맞는 방향을 찾아 나아가야겠지. 그것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숙제가 될 것이다. 멘토를 찾고, 또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주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찾아야지. 내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도록. 내가 더 성장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