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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자꾸 들뜨는 연말

by 짱2 2024. 12. 27.

연말이다. 크리스마스도 지나갔다. 들뜬 기분까지는 아닌데, 뭔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이런저런 모임에 다녀오고, 공휴일과 휴가 등으로 집에서 쉬는 남편과 함께 있으니 일상을 살아가던 나의 루틴이 흔들린다. 

 

 

6년간 끊었던 술도 마셨다. 흠뻑 취하도록 먹은 것이 서너 번쯤 된다. 최근의 일로 일주일에 한 번은 그러했다. 건강해진 내 몸의 상태를 확인했다는 기쁨은 잠시, 다음날 망가진 일상이 또다시 나를 무너뜨렸다.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6년 전, 대략 삼십년 가량을 마셔왔던 나의 술습관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천천히 조금씩 마시면서 밤을 새웠던 그것 그대로. 그리고 다음날 힘들어하던 것 까지도... 잠시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아, 잘못하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 절대 그래선 안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철저해져야 한다. 술 마시는 분위기가 좋은 거지 술 그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니, 그 술에 맞는 잔으로 한두 잔만 마시고 말자! 물론 아예 시작을 안 해도 좋다. 

 

연말, 모임, 남편의 잦은 집에 머뭄, 술...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생각... 이것이 요즘 나의 생활을 흔들어대는 것들이다. 아마도 시쳇말로 하는 연말연시가 끝나야 나의 일상도 제자리를 잡을듯하다. 그때까지는 좀 너그러워지자 너무 나를 몰아세우지 말자. 그렇다고 지금 모두 손 놓아버리고 놀고 있는 것도 아니니. 그래도 나름대로 열공하며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들뜬 기분을 더 들뜨게 했던것중에 성형수술에 대한 욕망이 매우 컸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 나쁜 습관 탓에 나의 피부는 악건성이고, 더불어 나이 듦은 나의 피부노화를 급속화 시켰다. 눈이 처지고, 눈주위의 주름은 더욱 짙어졌고, 입가의 팔자주름도 깊어졌다. 피부과에 다녔으나 별 효과가 없으니 이젠 성형외과로 마음이 땡겼고, 아주 과감하게 상담까지 받았다. 상안검과 자가지방술로 젊어질 수 있다니 정말 마음이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통장에 있는 돈이 얼마인지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딱 그만큼의 금액을 이야기했다. 아! 그런데 그 돈은 성형을 위해 준비해 둔 돈은 아니었다. 내년 봄쯤 치과치료도 하고, 엄마 팔순에 용돈도 좀 드리고 싶고, 비상금으로 조금 놔두려던 돈인데, 딱 그만큼의 돈이 필요하단다. 병원에 다녀온 날, 그날 밤, 나는 마음을 확고히 했다. 그냥 질러버리자. 이 수술을 하면 그래도 환갑까지는 아니 어쩌면 칠순까지는 좀 더 젊은 얼굴로 살 텐데. 지금 많이 위축된 내 마음이 확~ 살아날 텐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뭐가 더 나은건지 나는 아직도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왜 나이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주름을, 나의 늙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남들이 나를 판단하는 그 잣대가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나보다 먼저 나이 든 선배들이 소용없는 것으로 꼽았던 것들 중에 성형수술도 있던데, 나는 왜 이것을 내려놓지 못할까? 누구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물론 나는 지금까지 예쁜 것을 추구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연예인만큼 예쁘지도 않고, 연예인처럼 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늘 예쁜 마음, 예쁜 생각, 예쁜 외모를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으며 살아왔기에 그것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나이 들어가면서 그에 맞는 아름다움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외적인 부분을 빼놓을 수 없으니... 

 

하루에도 열두번 생각이 바뀐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돈이 많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인데, 한정된 돈으로 예산을 짜야하니 문제가 생기는 거다. 과연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다른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을 더 받아보면서 생각의 시간을 더 가져보자. 시간의 흐름이 나에게 현명한 답을 끌어다 줄수도 있으니. 

 

또 하나의 들뜸의 원인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최재림 때문이다. 그가 다작의 논란에 다시 떠올랐다. 공연 도중 스스로 공연을 취소시킬만큼 목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다.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무대에 올라 훌륭하게 공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평소에도 건강해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 특히 행복해 보이지 않는 모습(내가 보기에)이 무척 마음 쓰인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연예인을 좋아했던 적이 있던가! 그가 뮤지컬을 정말 사랑하고 즐겁게 노래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데, 그 또한 나이 듦과 더불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가 마음 다치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는데,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별로 안 좋은 거 같은데... 이런 증상이... 그를 내려놓아야 하나... 내 건강을 위해서...? 나이가 들어서 작은 감정에도 휘둘리는 것인지...

 

얼마 남지 않은 2024년... 다음 주는 그야말로 연말연시다. 이 시간에도 나는 평소처럼 일상을 살 것이고, 그러면서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계획을 세우는 시간으로 보내려 한다. 나의 성형수술 여부도 결정하고, 최재림 배우에 대한 내 마음도 잘 다스려야지. 2025년을 어떻게 살지,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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