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도 한 달만 남았다. 12월의 모든 토요일은 공연과 약속으로 꽉 채워졌고, 나머지 일요일과 평일도 두 개의 공연과 세 개의 약속이 있다. 31일 중에 9일은 외출해야 하는 날이라는 의미이니, 22일만이 온전한 내 시간일 테지만, 남편과의 여행이 있을 예정이므로 20일 정도가 되겠다. 이렇게 날짜 계산을 하는 이유는 이상하리만치 계획 짜기를 좋아하는 나의 성향이기도 하고, 온전한 내 시간을 원하는 탓이기도 하다. 책상 앞에 앉아 졸면서 공부하고, 음악 듣고, 책 읽는 시간이 정말 좋아서 이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참 싫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이 좋으면서도 그 시간 동안 공부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나도 모를 혼란을 겪는다.
이 부분이 나를 힘들게 한다. 체력이 달리니 많은 것을 할 수 없고, 집중력도 떨어지는데, 하고 싶은 것들은 많고, 또 시간마저 한정적이니, 건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도 버거워할 만큼의 것을 계획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토닥이고, 계획하고, 실패하는 반복을 반복한다. 뭔가를 내려놓기는 해야하는데, 가장 중요한 운동을 내려놓고, 요즘 흠뻑 빠진 유튜브 탓을 하며 스스로 자책하지만 또 이미 그 맛에 휘둘려 정신을 못 차린다. 어쩌면 답은 정해져 있는지도... 유튜브 들여다볼 시간이면 계획한 것들 모두 해낼 수도 있을 테니, 이 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이 정답일진대... ㅎㅎ 뭘 망설이나. 그게 정답이라잖아!! 정신 차리라고!!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말을 한다.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기를, 자신이 인정받기를, 사랑받는 느낌을 느끼기를... 나 또한 내 말이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를 깊이 바라며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한 말의 잔치일뿐... '그냥 일기를 쓰는 것이 낫겠군!' 혼잣말을 하며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가 무색해진다. 후회한다. 내 이야기가 가 닿을 사람은 없는 건가? 누구나 그런 건가?
손을 뻗어보았더랬다. 잠시 닿는듯하여 희열을 느끼려는 찰나, 희미해지는 접촉... 무너지는 나... 씁쓸하게 돌아선다. 결국 또 혼자가 되어 내 이야기가 닿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포기한다. 그리고 희망한다. 혼자가 되어 스스로 만든 고독의 시간을 보낸 후, 그 기간은 잠정적으로 4년으로 정했으니,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또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에게 들려줄 그(녀)를 만나고 싶다. 빈정대지 않고, 잘난척하지 않고, 정말 잘나고 똑똑한, 속이 깊은, 잔잔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조곤조곤 풀어내고, 함께 해답을 찾아갈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지금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싶은 것이고, 많은 책을 읽고 싶은 것이고, 많은 문화적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아직은 옅은 사색과 철학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나의 부족함이 그런 친구를 찾아내지 못한 듯하여...
지금의 친구들이 들으면 섭섭할거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그래서 더욱 속상하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러해서. 또 내가 그들을 그렇게밖에 평가하지 못해서. 내가 부족하니 그들의 진가를 못 알아보는 것일 수도 있어서... 그래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 난 지금 빈 수레라 요란하기만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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