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있다. 처음 읽는 책이고 아직 3분의 1 정도밖에 읽지 않았기에 뒤로 갈수록 어떤 감상이 내게 떠오를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갑자기 어떤 생각이 확~ 스쳤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각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각자의 생각으로 공부하며 각자의 선택을 한다. 완전한 깨달음은 아직 아니지만 그 시간까지의 깨달음을 더 깊이 알기 위해 심연으로, 어떤 곳으로 떠난다.
이 지점을 지나며 내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심연, 깊은 성찰, 수련, 깨달음, 자아... 결국 나는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구나. 사람들과의 만남, 세속적인 것과의 결별, 온전한 나를 만나는 것... 오로지 그것뿐이다. 작년 한 해 그렇게 살았고, 살짝 사람들과 다시 인연의 끈을 맺을까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시점, 나의 환갑까지 좀 더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자. 배철현 교수님의 심연을 거쳐 수련과 정적의 시간을 지나 승화의 지점까지 가야 한다. 책을 읽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반복하며 나를 돌아보자.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승화하기를 원하는지, 진실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그저 사니까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이 있어 살아가는 풍성한 삶을 살자.
나는 성직자도 아니고, 빼어난 지성인도 아니고, 지혜로움으로 가득한 현명한 사람도 아니다. 오늘 외운 단어를 내일이면 또 잊고, 매일 공부하는 영어를 아직도 버벅대고 있다.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의 제목도 항상 헷갈리고, 예전에 읽은 책의 내용도 가물가물하다. 평범한 50대 아줌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성장하고 싶어 한다. 살림만 하면서 이 자리에 머무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 많은 것을 알고 싶고, 느끼고 싶고, 배우고 싶다. 많은 것을 깨닫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내 삶을 더 풍성하게 살고 싶다. 그저 먹고 자고 싸는 삶이 아니라 좋은 것을 먹고, 편안히 자고, 훌륭한 것들을 알아가고 싶다. 내 삶과 영성과 철학과 문화를 만끽하며 살고 싶다.
이 세상엔 내가 원하기만 하면 책도 많고, 유튜브도 발달해 뭐든지 내 수중에 들어온다. 얼마든지 공부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풍성한 세상이다. 죽을 때까지 배우고 느끼면서 살 수 있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음에 행복하다. 책 한 줄을 읽어도 온몸으로 느끼고 싶고, 영화 한 편을 봐도 온몸으로 흡수하고 싶다. 공연 하나, 전시 하나, 그 무엇 하나도 소홀히 흘리고 싶지 않다. 스치는 바람, 따스한 햇살, 촉촉한 빗줄기까지 모두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눈감는 순간, 후회 없기를 바란다. 아낌없이 삶을 살았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한다. 그래서 늘 책 읽고 공부한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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