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하거나 요리할 때, 항상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틀어놓는다. 그렇다 보니 눈으로 봐야 하는 종류보다는 그냥 흘려들을 수 있는 책튜브나 팟캐스트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중에 하나가 '이연'인데, 나의 딸뻘쯤 되는 젊은 여인이 어찌나 똑똑하고 현명한지, 환갑이 되어가는 내가 배울 것이 참 많다. 그중에 어제 듣게 된 내용은 나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라 그냥 넘어가면 아쉬울 거 같아서 글로 쓰고 내 삶에 잘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내 생각에 '이연'님이 처음부터 단순한 삶을 추구하지는 않았던거 같다. 그러다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단순한 삶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또 그렇게 살면서 좋은 것들을 자주 나누는듯하다. 나 또한 단순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지만 정작 그런 삶으로 이어지기엔 아직 멀다. 앞으로 얼추 4년 후쯤인 환갑이 될 때까지 내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가려고 노력 중이라고만 말할 수 있겠다.
그녀는 인간관계, 하루 스케쥴, 옷, 음식, 정리정돈이라는 다섯 가지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했는데, 그중에서 나를 가장 자극한 것은 음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위암과 대장암으로 각각의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으니, 나의 소화량과 기능은 어린 아기의 그것과 다름없다. 50년이 넘는 삶을 살면서 나의 입맛은 다채롭고, 풍성해졌다. 건강에 좋은 음식과 더불어 패스트푸드, 불량식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맛을 알고 있으니, 암으로 인해 절제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강박이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을 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꽤 먹을만했고, 이런 식단에 익숙해지니 그렇게나 맛없게 느껴졌던 당근과 양파, 오이, 당근 등이 얼마나 달콤하고 신선한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선물 같은 음식맛을 알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음식의 선택지가 넓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남들이 먹는 음식을 모두 다 먹고 싶었고, 양껏 먹고 싶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암환우에 비해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다. 물론 예전처럼 자주 먹지는 않았다. 그건 내 몸에 불경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완전한 절제를 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쩌다 한 두 번 먹는 것은 괜찮으려니 생각했고, 남들과 어울리는데 피해를 주고 싶지도 않았고, 내가 그런 피해를 스스로에게 주고 싶지도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생활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스스로에게도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그러나 먹는 양만큼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미 작아진 내 위의 크기는 내 욕심을 채울 수 없었다. 또한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대장에서도 바로 버려내곤 했는데, 이것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몹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건강식을 해먹기도 하고, 외식을 줄이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8년차의 암경험자의 생활을 하다가, 최근에 문득 나의 식생활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건강하고 좋은 음식이 많음에도 내가 먹을 수 없는 것들에 초점이 맞춰지며 암환자라는 사실에 화가 났고, 특히나 작아진 위장과 짧아진 대장의 제 역할을 할 수 없음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그러다 '이연'님이 말하는 단순한 삶의 이야기에 나의 잘못을 뉘우쳤다. 건강한 사람도 더 건강하게 살기위해 좋은 음식을 조금만 먹자고 이야기하는데, 암경험자인 내가 먹는 것이 이토록 욕심을 내다니... 물론 내가 암환자가 되기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사나 약사도 많았고, 암경험자인 지금까지 수도 없이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젊은 유튜브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에 오히려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닐 나이에 자신만의 철학으로 건강한 음식 몇 가지를 돌려가며 먹는다는 이야기,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건 이전 유튜브 내용), 건강한 음식과 운동으로 자신의 몸을 만들어가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에 내 삶을 돌아보았다. 흥청망청한 삶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리고도 모자라 위와 대장까지 잘라낸 지경에까지 이르러서도 또 음식 탓을 하다니...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데...
매일 오색찬란한 빛깔의 음식을 찾는다는것은 욕심을 떠나 죄악이다. 오색찬란하다는 것은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인데, 우리의 몸은 순수하고 담백한 음식 고유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단순한 요리를 원한다. 특히 나에겐 더더욱 절실한 일이다. 화려한 음식, 매일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간소하고 담백한 음식 몇 가지로 시간도 절약하며 건강하게 섭취한다면 일석이조이지 않은가!
지금 냉장고안엔 온갖 음식들로 가득하다. 엄마가 해주신 것부터 내가 먹겠다고 쟁여놓은 것들까지... 이제 다시 냉파를 하며 모두 비워내고, 냉동실엔 꼭 필요한 음식들로만 가볍게 채우고, 신선한 재료를 그때그때 사서 건강한 요리를 만들어 먹자. 지금 내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한 식단과 운동이다. 5월에 정기검사하러 갈 때 다시는 고지혈증 약을 먹어야 된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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