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와 관련된 동영상을 보다가 문득... 내가 머물고 있는 스물세 평의 아파트를 둘러본다.
방 세개와 거실, 앞, 뒤 베란다... 곳곳이 모두 나의 손길이 닿은 소중한 공간이다.
나와 남편을 위한 모든것이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다.
내가 꿈꾸는 미니멀 라이프와는 거리가 있지만, 매일의 삶에서 필요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가 늘 앉아 있는 책상 앞.
앉은 상태에서 컴퓨터를 하고, 손을 뻗어 클래식 CD를 골라 음악을 듣고, 읽고 싶은 책도 바로 꺼내 들 수 있는 공간.
나만의 서재.
남편과 나의 섭생을 위한 주방.
손 닿는 곳에 모든 주방 기기와 기구들이 있다. 양념까지.
조물조물, 꼼지락꼼지락... 그렇게 맛난 음식이 만들어지고, 2인용 식탁위에서의 맛난 식사와 잠깐의 즐거운 대화, 설거지도 후딱 해치운다.
독립한 아들 덕분에 주방과 가까운 방 하나는 살림살이를 하는 주부를 위한 창고와 같은 방이 되었다.
김치냉장고, 빨래 건조기, 식품저장고... (이러니 미니멀 라이프가 가능하겠는가!)
편안한 침대와 예쁜 나의 옷들이 가득한 옷장, 나를 꾸밀 수 있는 화장대가 있는 침실.
이렇게 세곳은 나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거실은?
남편을 위한 공간이다.
안방을 빼앗긴 남편은 거실에서 하루 종일 TV를 보고, 영화를 보고, 잠을 잔다.
모두의 공간이면서 남편의 전용공간인 거실.
뿐만 아니라, 자연치유를 준비한다며 사들인 여러 도구들과 음식들이 자꾸 쌓여만 간다.
이 공간을 비워낼 수 있을까?
남들이 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보면 정말 부럽고, 언젠가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스물세평의 공간을 구석구석 가득 채우고 있는 이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환갑이 넘어야 가능할까?
칠순이 되어야 가능할까?
암환자인 내가 몇살까지 살 수 있을까?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변화의 바람 (0) | 2019.08.30 |
---|---|
암 환자라는 것 (0) | 2019.08.29 |
반복되는 계획 (0) | 2019.08.24 |
출근... 워밍업 (1) | 2019.08.23 |
미니멀 라이프라고? (0) | 2019.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