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따스함으로 감싸고 있다.
더불어 나무를 쉴 새 없이 흔들어대는 시원한 바람이 집 안까지 샅샅이 들어와 약간은 서늘한 기분이 들게 한다.
가을이구나...
낮에 들리던 매미 소리는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고,
밤이면 어디선가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참 신비한 계절의 이치다.
찌는듯한 더위도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나면 누그러진다.
매번 반복되는 계절의 이치를 마흔이 넘어 오십이 다 되도록 깨닫지 못하고, 미치도록 더워 짜증이 났었는데,
겨우 작년에서야 알게 되었다.
작년은 정말 무더운 여름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말복이 지나자마자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올해는 아무리 더워도 말복 날짜를 보면서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지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더위도 그렇게 짜증스럽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간다.
내가 암이라는 것을 안지도 벌써 9개월째이다.
뭐가 달라졌을까?
내가 아프다는것, 암 수술의 후유증으로 힘들다는 것 외에 뭐가 달라졌을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이 넓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난 그냥 제자리일뿐...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가 보다.
한순간 스쳐가는 바람처럼 잠시 내 마음에 스친 변화의 감정을 내 것으로 인식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을 간과한 것이다.
잠시의 감정이 절대 내 것이 아님을 놓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의 나였다.
달라지고 싶다면, 변화하고 싶다면 행동해야 한다.
마음만 먹는다고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 변화하는 나를 위해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머리로는 알지만 또 행동으로 옮겨내지 못하는 나를 반성한다.
9개월이라는 시간이면 변하고도 남았을 시간...
육체적인 고통과 힘겨움으로 나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변명을 해본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지만...
아직도 육체적인 고통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내가 나아가고 싶은 곳으로 변화하고픈 나의 간절함을 담아 노력하는 시간을 갖자.
무더운 여름도 지났고, 시원한 바람 부는 아름다운 가을이다.
이 좋은 계절에 나를 변화시키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이곳에 하나씩 하나씩 적어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