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연치않게 김장을 두 번에 걸쳐 했다.
지난 주말에 늘 하던 대로 엄마네서 김장을 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보다 한 주 앞선 지지난 주말에 평창 김치 축제에 참석해서 20킬로그램의 김치를 만들어왔다.
엄마의 건강상의 문제로 더 이상 김장을 하지 못하게 될 거라고 판단, 앞으로 평창 김치 축제장을 이용해 볼 생각으로 미리 다녀온 것이다.
우리 부부는 이번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은 채로 그곳의 사정을 알아보기로 했다.
와~ 정말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아도(물론 돈은 가져가야 함. 우리의 경우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했다.) 되는 시스템이었다.
잘 절구어진 배추와 미리 만들어진 배춧속, 그리고 간단한 장비(앞치마, 위생모, 장갑 등등)를 받아 들고 비어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김치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김치통을 안 가져가도 비닐에 담아 묶어 박스에 포장까지 해준다.
필요하면 택배로 부칠 수도 있다.
와우~~ 놀라움~~
집으로 가지고 와서 아무 생각 없이 이틀이 지나 열어보니 많이 익었다.
아뿔싸~~
김치 맛은 괜찮은데, 줄거리 부분은 싱거웠다.
그래~ 경험이지~
내년엔 꼭 웃소금을 뿌리자.
매해 엄마에게 김장값으로 40만 원 정도를 드린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 돈으로 평창에 가서 80킬로그램의 김치를 담글 수 있다.(20킬로그램에 10만 원 정도이니..)
우리 집 김치통으로 10통은 담가올 수 있는 양이니 1년은 두고 먹을 수 있다.
몸도 힘들지 않고.
물론 엄마가 해주시는 김치만큼 맛있지도 않을 거고,
김장 끝내고 절인 배추에 굴 듬뿍 넣은 김칫속과 돼지고기 수육을 먹는 즐거움은 없겠지만, 몸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여행 삼아, 단풍구경 삼아 평창으로 가서, 이벤트처럼 김치 만들어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맛난 식당도 발견했으니 그곳에서 점심 먹고, 운두령이라는 멋진 길도 알아냈으니 그 길을 따라 단풍을 즐기는 멋진 가을 나들이를 매해 즐길 수 있겠다.
만약 조금 수고로움을 보탠다면...(이건 올해 평창 김치 축제를 다녀오면서 느낀 것이다)
첫째, 깍두기나 달랑이 김치를 하고 싶으면 미리 살짝 절구어서 가지고 갈 것.
둘째, 배추 사이사이에 넣을 무를 미리 준비해 갈 것.
셋째, 돼지고기 수육과 굴을 준비해서 집으로 오는 길 운두령 정상에서 소풍 나온 기분으로 맛나게 먹을 것. 그것이 번거롭다면 집에 도착해서 먹어도 됨.
넷째, 칼과 김치통, 김치 덮을 비닐을 준비해 갈 것.
아무튼 그렇게 평창에서 첫 번째 김장을 했다.
어쩌면 내년엔 절궈진 평창의 고랭지 배추를 주문하고, 집에서 배춧속만 만들어 할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조금씩 편하게 살려고 한다.
연로한 엄마, 아픈 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리고 두 번째 김장.
늘 하던 대로 엄마네서 김장을 했다.
김치통으로 네 통, 깍두기 한통, 그리고 나중에 갖다 먹게 될 동치미.
아마도 이것이 엄마네서 하는 마지막 김장일 것이다.
맛난 엄마표 김장.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