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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30년 된 나의 공부 습관

by 짱2 2019. 5. 13.

어렸던 그리고 젊었던 시절은 접어두더라도,

20대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한 이후로 한번도... 아니 이건 아닌것같고,

대체로 멍때리며 시간을 보낸적은 없었다.

TV에 정신이 팔려 몇시간이고 흘려 보낸적도 없고,

동네 아줌마(또는 학부모)들과 남편 흉보며 시간을 보낸적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굉장히 철두철미해서 하루 24시간을 계획적으로 보냈다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맥주를 좋아해서 밤이면 밤마다 맛있는 안주에 맥주를 곁들여 마시는 시간에 엄청난 투자를 했음은 시인한다.

 

아무튼... 술과 함께 하는 밤문화에 젖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면,

나는 늘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전공책이 아니면 하다못해 소설책, 수필집이라도 곁에 두고 읽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공부인생이 지금 30년째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공부했다면 하버드 대학도 문제 없었을거라고 혼자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뭐든지 오래하다보면 습관이 된다.

눈뜨면 책상앞에 앉아 책부터 펼치고, 하루의 일정을 계획하는 습관은 이미 굳어진지 오래다.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파야 소파나 침대에 가서 잠시 쉰다.

물론 그러다가 잠이 든다.

 

30년 된 나의 습관은 암투병중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인들은 편히 쉬거나 잠을 자야지 힘들게 왜 그러고 있느냐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것이 즐거움이고, 행복이고, 당연한 일상이다.

만약 이런 일상의 습관을 하지 않는다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TV를 켜고 주구장창 들여다 봐야하나?
소파에 기대어 멍때리고 있어야 하나?

지인들에게 전화걸어 수다를 떨어야 하나?

아무것도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30년 된 나의 습관에 문제가 생겼다.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공부하다가도 설사대마왕님이 왕림하시면 화장실에 다녀와야하고,

가만히 공부하다가도 니글거리는 나의 장기들에 예민해지고,

그런후엔 멍한 상태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생각해보았다.

아프기전이나 암투병중인 지금이나 하루 24시간은 똑같다.

건강할땐 살림도 해야했고, 학원에 출근도 해야했고, 맥주와 함께하는 밤문화도 즐겼기에

하루중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두세시간 정도.

지금은 살림도 많이 내려놓았고, 잠자고 운동하고 먹는 시간을 빼면 최소 7시간은 공부할 시간이 주어진다.

(먹는 시간을  빼고 계산한 이유는 나의 위를 위해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야 해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인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인가!

나는 정말 신이 났었다.

비록 몸은 아프지만,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리라.

침대에서 버둥대며 시간을 보내지 않으리라.

항암이 끝나는 8월이면 백권에 가까운 책을 읽고,

영어책 몇권을 끝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집중이 되지 않으니, 책상앞에 앉아 있는 시간만 7시간일뿐..

난 자꾸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암투병중이라는것으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 스트레스 받으면 안된다니까... 못하면 못하는거지 뭐~~' 라며 위로해본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만큼 공부를 하고, 책을 읽어야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내가 암환자이고, 암투병중이라는 것도 잊어버린다.

8월까지 끝내기로 한것들을 다 끝냈을때의 쾌감을 맛보고 싶은 열망이 가슴에 차고 넘친다.

 

그래~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내 몸이 힘들거야.

과하게 욕심 내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해나가자.

문제는 집중력이니, 공부할때는 정신차리고 집중하자.

30년의 습관이 60년의 습관으로, 80년의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오늘도 나는 책상앞에 앉아 환자가 아닌 본연의 내 모습 그대로 공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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