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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먹는 고통

by 짱2 2019. 5. 11.

50년을 살아오면서 먹는것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아왔다.

흔히 말하는 육해공군의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다.

해외에 많이 나가보지는 않았지만,

여행이라도 가면 어디 한식 먹을만한 곳이 있을까? 하며 찾기보다는

그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려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먹었다.

 

한국에서의 여행은 그야말로 먹방용 여행이었다.

어디에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차를 타고 그곳으로 무조건 달려갔다.

TV 추천 맛집, 지인들의 추천 맛집, 블로그에 올려진 맛집일기를 보면

남편과 나는 군침을 흘리며 차를 몰고 나섰다.

 

먹는 즐거움.

나는 그 즐거움을 50년동안 누렸다.

맛난 음식과 함께 맥주도 실컷 마셨다.

 

그런데 이젠 그런 즐거움을 내게서 앗아가셨다.

위암과 대장암..

두곳은 모두 소화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소화 담당 장군님들의 팔다리를 잘라내고 무기력하게 만들어놓았으니..

이젠 내 스스로가 조심스럽게 음식을 섭취해줘야만 한다.

 

아~ 그런데 그 길은 왜 이리 멀고 힘들기만 할까?

좀 나아졌다 싶으면 한번씩 "그게 아니라니까! 넌 아직 완쾌된것이 아니야!"

하면서 불호령을 내린다.

 

오늘이 그랬다.

엄마가 연근을 갈아 식용유 조금 넣고 빈대떡처럼 부쳐주셨는데..

작은 덩이 하나를 먹으면서 계속 답답함이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트림도 나오고 속도 편안해야하는데,

뭔가 꽉 찬 느낌으로 불편함만 계속되었다.

결국 씽크대의 개수대에 대고 침을 뱉어가며 속의 것이 편해지도록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먹은것들이 소화도 되지 않고 그대로 넘어왔다.

 

아~ 이 속상함.

이것들이 내 소장으로, 위로 들어가주어야 항암제도 먹고, 지사제도 먹고, 신경정신과 약도 먹는데..

빈속에 어쩌란 말이냐~~

 

또 눈물이 흐른다.

예전과 다른 나를 느낄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나는 여전히 환자인것이다.

오늘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아침부터 샤워하고, 머리감고, 화장하고, 예쁘게 차려입고 있었는데..

마른 몸을 감추려 더욱 멋을 부리고 있었는데..

많지도 않은 양의 음식도 섭취하지 못하고, 싱크대의 개수대에 머리를 쳐박고 구역질을 하는 내 모습이라니..

이젠 친구들과 만나는것도 하지 말아야겠다.

3개월만 참으면 항암 8차까지 모두 끝나니..

내가 환자임을 인식하고, 내 건강에 올인하자.

친구들은 8월부터 만나도 되지 않겠는가!

 

먹는 즐거움이 이젠 먹는 고통으로 내 발목을 잡는다.

잘 먹어야 살도 오르고, 항암도 건강하게 잘 견뎌낼 수 있을텐데,

오로지 시간만이 해결해주겠지.

앞으로 남은 3개월~

모임은 이제 그만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책읽으며 보내야겠다.

3개월의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표를 세워야겠다.

난 희망의 목표를 찾아 떠다니는 꿈지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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