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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알콜 없이 새해 출발

by 짱2 2020. 1. 8.

늘 그렇듯이 가는 해의 마무리, 새로 오는 해의 맞이로 분주하게 뭘 하는지도 모른 채 보내고, 이 시간쯤 되면 뭘 하면서 일주일을 보낸 걸까... 돌아보게 된다.

 

지난해까지의 나는 가는 해, 오는 해를 술로 마무리하고, 술로 시작하곤 했다.

새해 계획은 술 줄이기인데, 연말연시는 술로 꽉 채워진 시간이었다.

결국 새해 첫날부터 계획은 엉망이 되고, 자신에 대한 불신과 못난 자신을 자책하는 새해를 맞이하곤 했다.

 

감사하게도(?) 난 암 진단을 받았고, 그 결과 그토록 헤어나지 못하던 알콜중독으로부터 벗어났고, 연말연시를 술과 상관없이 온전히 내 삶으로 채웠다.

1월 1일...

내가 전혀 원하지 않는 외식과 술의 시간이 어김없이 찾아왔고(이건 어쩌면 시누이 내외의 루틴과 같은 것이다), 아직도 알코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남편은 시누이 가족들과 음주를 즐겼지만, 나와 아들은 온전히 음식만 즐겼다. 단 한 방울의 알코올도 섭취하지 않고.

당연히 부어라, 마셔라 하던 나를 아는 큰 시누이는 나에게 술을 마시고 싶지 않냐는 둥 여러가지 질문을 했지만(본인만 마시는 것이 미안했는지), 나는 전혀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젠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커녕, 술을 마셔대는 사람들이 안쓰러워 보인다.

술로 소비되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것을 알기에.

 

술 없이 보낸 2020년의 일주일.

성당에 다녀왔고, 지인들도 만났고, 좋은 습관들로 내 일상을 채워가고 있다.

학원에 다시 나가게 되면서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던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한동안 하지 않았던 다이어리 적는 것도 꼼꼼하게 하고 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모든것은 집에서, '나'라는 친구와 함께 독학으로 열공 중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이 시간을 얼마나 알차고 똑똑하게 보낼지 늘 고민하고 노력 중이다.

조금 쉬엄쉬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누군가가 넌 환자라고 말한다면, 

하루를 알차게 보내면서 쉬어갈 땐 쉬어가는 것과 그냥 막연히 멍 때리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가끔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TV를 보며, 휴대폰 게임을 하며, 술과 쓸데없는 수다로 시간을 죽이는 어리석은 하지 않는 것이다. 

휴식은 충분한 잠과 아침, 저녁 명상으로 취하고 있다.

암환자도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환자라는 이름으로 침대에 누워서 버둥거리기만 한다면, 몸과 마음을 암세포에게 다시 빼앗기지 않을까?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은 나의 어리석음이 오히려 나를 빨리 일으켜 세웠다고 생각한다.

건강했던 예전의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생활했던 것이 내 마인드 컨트롤에 훨씬 도움을 줬다.

2020년 일주일을 돌아보며, 하루하루 발전해나가는 내 모습이 나 스스로 대견하다.

조금씩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시간의 조각들을 잘 맞추어 끼워 나간다면 2020년 12월 31일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이 자리에 앉아, 한 해 마무리를 하고 있을지 벌써 기대되고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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