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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혼자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by 짱2 2020. 2. 12.

혼자 있는 것은 고독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참을 수 없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 시간 이상 수다를 떨고, 집안일을 한다고 소란을 피우고, 한아름 술을 사들고 들어와 건강하지 않은 작은 체구의 내 몸에 들이붓는 시간을 만들곤 했었다.

그것이 내가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그 어떤 것도 내 외로움은 달래지지 않았고, 반복된 음주는 오히려 내 몸을 망치고, 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나를 외롭게 만드는 원인은 남편이라 생각했고, 그를 원망했고, 결국 난 '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외롭다고 느꼈던 그 감정은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나의 섬세하고도 소중한 감정이었고, 그것이 뭔지 모르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르는 어리석음으로 괜한 사람을 탓하고, 엉뚱한 곳에서 대체방안을 찾은 나의 큰 잘못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커다란 아픔을 겪은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 인간이란 것인가!

아니면 나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겪게되는 당연한 과정인 것인가!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한 나에게 이 책은 제목부터 그 울림이 컸다.

혼자 있으라는 것인가? 그 시간이 주는 힘이 과연 뭘까?

 

"인생에는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교제를 완벽하게 끊고, 하고 있는 일도 철저히 정리하여 생활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24시간을 손에 넣기란 의외로 간단하다."

 

간단하다니... 어떻게 교제를 완벽하게 끊으라는 말이지?

암 환자가 되기 전,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혼자 살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완벽한 이해를 하지 못한채 책을 덮었고, 암 환자가 되어 다시 집어 든 이 책에서 이 부분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그 이유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나 혼자만의 고립.

암이라는 병이 나를 혼자있게 만들었고, 그렇게 견딜 수 없었던 외로움이 온통 나를 지배했다.

혼자 겪는 고통, 아무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고통, 혼자라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깨닫는 나.

혼자가 되니 좋은 것도 있구나.

진정 내가 누구인지 오롯이 느낄 수 있구나.

하루 스물네시간을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힘을 느꼈다.

 

"함께 있다고 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모두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지 마라.

끝까지 나를 믿어 줄 사람은 나뿐이다.

중요한 순간에는 관계도 끊어라.

혼자 잘 설 수 있어야 함께 잘 설 수 있다.

버려야 할 감정은 빨리 흘려 보내라."

 

 

끊어내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또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사람을 사랑하려 했었다.

단군이래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고, 좋은 점만 생각하며 웬만하면 참아가며 사랑하려 했었다.

모두와 잘 지내려 애썼고, 익숙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돌아보면 이런 것들이 나를 얼마나 아프게 했었는지.

사실, 지금도 끊어내지 못한 것들 투성이.

나를 아프게 하는 한 사람이 있다.

시댁 식구이고, 손윗사람이다.

한국에서 시댁의 손윗사람은?

결혼 한 여자들은 다 알 것이다.

힘들게 하는 것으로 인한 감정의 소모를 하지 않기 위해 내려놓는 연습이 한창이다.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려는 과정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한창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우정은 아니다. 우정은 서로를 성장시켜야 한다. 성장은 모든 것의 근본이다. 저속하고 지루한 친구보다는 충실한 고독이 낫다. 현재 나의 고독을 확실히 음미하여 거기에 침잠하자. 이것은 깊은 의미를 지닌 고독이다. 혼자 있는 것, 이것이야 말로 생의 근원이다."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가 아니라면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충실한 고독이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다. 나의 고독 속으로 확실하게 침잠해 들어가 나를 오롯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독서를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실력을 비약적으로 늘리려면 3개월이나 6개월 정도 몰아서 침잠해야 한다. 그동안 무엇을 할지 정한 다음 하면 좋다. 예를 들어, ‘이번 3개월 동안에는 고전만 읽자’, ‘1년에 영화를 200편 정도 보자’, ‘달리는 습관을 들이자’, ‘재즈나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이렇게 정한 일에 집중한다. 그러면 눈에 띄는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 노트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노트에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하나씩 적어가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몰두하고 싶은 기분이 커진다. 하나를 달성하면 또 하나를 더 쓴다(독서계획, 건강, 공부 관리 등).")."

 

막연하게 무엇 무엇을 해야지, 뭐가 되어야지 하는 계획이 아닌, 정확한 숫자를 동반한 확실한 단기계획의 성공률이 높다고 한다.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스터디 모임이 있는데, 환자가 되는 바람에 1년 동안 내려놓았었다. 쉬고 있던 1년은 그렇다 치더라도, 뚜렷한 목표 없이 습관처럼 해 오던 스터디인지라 실력면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한 채 흘러오고 있었다. 이제 다시 내가 반장이 되어 그 모임을 이끌게 되었는데, 또다시 시간 죽이기를 하고 싶지 않다. 교재 한 권을 몰입해서 공부하겠다는 각오로 침잠해보려 한다. 이 교재가 끝나는 날 성장한 나를 보고 싶다. 

 

"익숙한 것과 단절하라."

익숙한 것과의 단절.

익숙하지만 좋지 않은 습관과의 단절.

암환우가 되었기에 가능한 나의 힘.

암, 너는 무엇이간디... 나를 이렇게 힘 있는 사람으로 키워내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