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9시 20분에 위 내시경 검사가 예약되어있다.
일반인이라면 점심까지 먹고, 저녁에 가벼운 식사를 한 후 금식으로 들어가겠지만, 위 절제술을 받은 나는 오늘 아침 죽을 먹은 후 계속 금식 중이다.
위 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위 기능이 떨어져 그렇게 해야한다니...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요즘 들어 부쩍 온몸이 떨리고, 기력이 약해진 느낌이라 굶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걱정이 되어 병원에 문의를 했고, 돌아온 답변은 그냥 그렇게 하라는 것.
그저 위안은 설탕물과 사탕.
아침으로 죽을 먹은 후 지금까지 사탕 한개와 유자차를 한 잔 마셨다. 당연히 건더기는 걸러내고.
마침 집에 유자차가 있어 다행이었고, 저녁쯤엔 사과 졸여놓은 것을 타서 마셔 볼 생각이다. 어차피 다 설탕에 절인 것들이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출근을 하지 않은것이다.
굶은 상태로 아이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었다.
결국 원장님께 상황을 이야기했고, 굶기 시작하는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간 출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내일도 수면내시경을 한 후 나의 상태가 어떠할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힘든 상태로 수업을 하기보다는 집으로 와서 편안하게 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배려를 해주신 원장님께, 그리고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이다.
월요일에 출근할 때, 맛있는 거라도 사 가지고 가야겠다.
오늘 출근하지 않게 되면서, 어젯밤부터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퇴근을 한 후, 부리나케 집으로 온 후, 저녁을 먹지 않고, 부지런히 씻고, 잠 잘 준비를 한 후, 9시 45분이면 침대에 누워 저녁 명상을 시작했는데,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올리브영에 가서 이것저것 둘러보며 화장품을 6만 원 넘게 구입하고, 집으로 오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 수다를 떨고, 저녁밥이 마지막 밥인 듯싶어 평소 식사량만큼 먹고, 또 친구와 수다를 떨고, 12시 넘어 잠이 들었다.
그동안의 피곤함과 어젯밤의 늦은 취침시간으로 오늘 하루는 온통 잠.
책도 읽고, 영어공부도 하며 알차게 보내려 했는데,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은 책 몇 페이지 읽은 게 전부이다.
남편이 퇴근을 해도 밥을 차려 줄 필요도 없고(내가 안 먹으니 혼자 차려먹으라고 해야지, 음식 보면 먹고 싶으니...), 잠자리에 들 10시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
그래야 오늘 하루에 대한 후회가 없을 것이니.
아름다운 하루, 소중하고 보물 같은 오늘 하루.
죽 반공기와 설탕물로 보내며 그래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기억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