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많이 맞았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내 기억에선...
내 부모님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가난했고, 많이 배우시지 못한 부모님은 잦은 부부싸움이 했었고,
술을 좋아하는 아빠는 조울증 증세도 있었다고 믿어질 만큼 감정 변화가 심했고,
그의 기분에 따라 엄마에게 언어와 신체적 폭력을 가했고,
어린 동생과 나에게도 체벌을 하셨다.
자상한 엄마이긴 했지만, 못된 성격의 나를 휘어잡지 못할땐 내 등짝에 수시로 스매싱을 날렸었다.
술에 취한 폭력적인 아빠, 손바닥을 수시로 날리는 엄마...
그래서일까?
나는 때리면서 노는 놀이, 즉 인디안밥, 게임 벌칙, 딱밤 날리기 같은 것들을 정말 싫어한다.
왜 몸을 아프게 하면서 즐거워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길에서건, 누가 있던(물론 집에서보다는 좀 덜하겠지만) 아이를 때리는 지인이다.
겁에 질려하던 아이들의 눈과 몸동작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들은 그때 엄마가 자신을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에 지금 잘 컸다고 말하곤 한다.
그들의 엄마를 미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들의 엄마가 타이르며 설득을 시키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었다면 지금 좀 더 훌륭한 성인이 되지 않았을까?
또 한 명은 아이가 잘못하면 그것을 설득하고, 잘못된 것을 뉘우치고, 바로 고칠 때까지 새벽까지 잠을 재우지 않았다.
언젠가 새벽 4시까지 잠을 재우지 않았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하는 마른 체형의 연약한 아들에게 말이다.
어릴 적엔 공부도 꽤 잘했던 아이였는데, 성적이 많이 떨어진 그 아이는 전문대학도 간신히 들어갔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보였다.
엄마가 믿어주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경우라고 다를 것이 없다.
나의 엄마가 스매싱을 날렸던 것처럼 나도 어린 내 아이의 등짝에 스매싱을 날렸고, 엉덩이를 때렸고, 몽둥이를 들어 체벌을 했다.
그런데 체벌에 대한 나의 잘못된 생각을 깨닫게 해 준 경험이 몇 가지 있었다.
아주 어린 아기였던 아들이 잠도 안 자고 어찌나 울던지, 잠을 못 자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아이를 바닥에 던졌다.
아이는 얼굴이 새파래질 정도로 숨을 못 쉬며 넘어가다가 다시 숨이 돌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기였지만,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던져졌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아닌지...
나는 커다란 죄책감으로 아이를 안고 미안하다고 애원하며 함께 울었다.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아들이 네다섯 살쯤 무렵...
멋지게 옷을 갈아입힌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밖에서 놀던 아이를 찾아 나서니 논밭을 굴러다니며 옷을 온통 흙탕물로 뒤덮어 버린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아이의 다리 부분을 내 발로 차 버렸다.
아이는 그대로 고꾸라졌고, 잘못했다며 빌고 있었다.
순간 그 상황은 사진처럼 '멈춤'이 되어버렸고, 이성이 돌아온 나는 주변부터 살폈다.
누군가 나를 봤다면 나는 정신 나간 엄마일 것이 분명했다.
아이를 발로 차다니...
그 후에도 그런 나를 돌아보면 정말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옷이야 빨면 그만인 것을...
내 소중한 아이를 발로 차다니...
지금이라도 아이 앞에 무릎 꿇고 빌고 싶다.
그때 엄마가 정말 잘못했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착한 나의 엄마가 조언을 하셨다.
'아들 말 안 듣는다고 때리거나 그러지 않지? 그러지 마. 엄마가 너 어릴 때 등짝 때렸던 거, 지금 돌아보면 정말 잘못했어. 너한테 얼마나 미안한지 몰라. 너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잘못하면 그냥 말로 해. 네 아들 착하잖아. 말로 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거야. 아이 때리는 거 죄짓는 거야'
엄마의 삶에서 나온 진실이고 철학이고 나에게 하는 고백이었다.
그렇게 나의 체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갔고,
중학생이 된 아들이 사춘기라며 아주 쬐끔 꿈틀 반항할 때(정말 얌전하게 사춘기를 보냈다), 몽둥이를 꺼내 때려본 적이 있었는데, 워낙 팔힘이 없는 나는 아무리 세게 때려도 많이 아프지 않은지 아들은 살짝 움찔하기만 할 뿐 겁을 먹는 기색이 없었다.
그때 완전히 몽둥이를 내려놓았다.
힘없는 몽둥이는 이미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네 번의 사건으로 나의 체벌은 완전히 끝을 맺었고, 이제 아들은 서른 살 성인이 되었다.
탤런트 김혜자가 쓴 책 제목에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맞을 이유가 없다.
잘못했으면 깨닫게 하고, 반성하게 하면 되는 것이지, 깨닫지 못할 사람은 맞아도 깨닫지 못한다.
옷을 벗게 만드는 건 세찬 바람이 아니라 뜨거운 태양빛이다.
하물며 연약한 우리의 아이들이 엄마라는 이유로, 아빠라는 이유로, 강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면 안 된다. 더구나 감정을 실어서는 더더욱 안된다.
사랑으로 키우면 그 아이도 자신의 아이를 사랑으로 키울 것이다.
매를 들지 않고 키우면 내 아이도 자신의 아이에게 매를 들지 않고 키울 것이다.
언젠가 아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엄마가 그때 어려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어서 너에게 폭력을 썼다고.
그래서 정말 후회되고, 정말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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