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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기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by 짱2 2020. 3. 12.

 

 

기대가 컸나보다.

딸을 시집보내며 친정엄마의 따뜻한 마음으로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의 깊은 울림을 기대했는데, 정신과 의사가 같은 여자로서 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하는 평범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많은 공감을 끌어내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가득했고, 쉬웠으며, 생각해 볼 꺼리들이 많았다.

편하게 읽기 좋은, 어린 여성들에겐 꼭 읽어보라고 해주고 싶은 내용이다.

딸이 있는 지인 두명이 떠오르며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들이 또 그들의 젊은 딸들이 공감을 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지만.

 

인생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쭉 풀어내며 우리가, 여성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와 그 해결책을 정신적인 면에서 들려준다. 같은 여자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들려주는 따뜻한 조언은 마음의 위안이 된다.

 

한번에 다 다루기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두번이나 세번에 나눠 가볼까 생각중이다. (쓰다보니 그렇게 되어서 나누기로 결정했다)

 

딸아, 만약 누군가 너에게 여자의 미덕을 이야기하고 모성을 운운하며 우리네 어머니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거든 귀를 닫아 버려라.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해라. 만약 상대방이 참 못됐다라고 말하면 칭찬으로 들어라. 그래야 많은 역할을 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으며, 너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지만 내가 있어야 아들도 있다는 생각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때도 있었지만 내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인 나의 친정엄마와는 다른  나의 이런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 나에 대한 사랑 즉,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인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한없이 예쁜 아들이었지만, 나의 엄마처럼 헌신적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서른이 된 아들을 보며 지금도 그런 내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아래의 글도 볼 수 있겠다. 나의 자기애는 모든것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었고, 지금도 암을 극복하는 힘이 되고 있다.

 

건강한 자기애, 건강한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패하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마음에도 임계점이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 임계점을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감기에 대비해 미리 비타민을 섭취하듯, 마음도 힘들어지기 전에 미리 쉬어 줄 필요가 있다. 힘들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예쁘고 멋있는 것들을 보러 다니라는 말이다. 웬 한가한 소리냐고? 아니다. 중간중간 조금씩 쉬어 주는 것이야말로 마음의 탄성을 유지하는 가성비좋은 방법이다.

 

건강한 자기애를 가지고 있고 현명한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언제 쉬어가야하는지 알 수 있다. 앞만보고 달려가는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님을 안다. 내 체력의 임계점, 내 마음의 임계점이 어디쯤인지 깨닫고, 중간중간 쉼표를 찍어가며 나의 목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는것을.

 

진정한 이기주의자란 자신의 길을 갈 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에 당당히 맞서라. 그래야 세상이 너를 만만히 보지 않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스스로 아끼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너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는 사람이 있다. 그건 정말 옳지않다. 그건 상대방에게 계속 그렇게 해도 좋다는 여지를 남기며 나를 허락하는것이다. 상대가 사회적인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어른을 공경하라고 배우며 자란 탓에 여덟살이 많은 시누이에게 많은 것을 허용했다. 친하게 지냈고, 남편의 누나이고, 여덟살이나 많다는 이유로, 또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탓에. 그런데 반복되는 선넘기가 점점 더 지나치고, 그녀는 자기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을 하면 오히려 내가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깨달았다. 정말 깊이 깊이. 나를 허락하면 안된다. 그 누구에게도. 당당히 맞서서 나를 표현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끝내면 된다. 내 마음도 헤아려주고, 이해해줄 사람이었으면 그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자기 마음만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은 끝내 상대방의 잘못만 앞세우며 자기를 내려놓을줄 모른다. 

나를 아꼈지만 선을 넘는 사람을 다룰줄 아는 기술이 부족했던 탓에 마음을 많이 다친 후에야 깨달은 부분이라 많은 공감을 했다.

 

남편도, 아이도, 친구들도 모두 마찬가지일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할때 그들도 나를 사랑해줄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줄까?

남편 먼저, 아이 먼저, 누구의 남편,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 그 자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고, 뭘 좋아하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목표를 위해 이 시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내 안의 타오르는 열정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른다. 이것은 지금도 물음표이고 숙제이다.

어쨌던지, 결혼을 하고, 나의 사랑하는 아들을 낳은 후, 내 안의 열정을 느꼈고, 쉼없이 그 열정을 불태우며 살아왔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계속 공부했고, 책을 읽었고, 나에 대한 사랑으로 외모도 가꾸고, 내면도 가꾸려고 애쓰며 살아왔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에 편안한 가정을 만들려 노력하고, 가족과 많은 것을 하려고 계획하고 실천해왔다.

이 모든것이 나를 사랑하기에, 내 주변의 모든것을 아끼고 사랑하기에 가능했던것이다.

 

생활에서 놓치고 있던것들로 인해 건강을 잃고 암환자가 되면서 그 사랑은 더욱 커졌다.

아마도 내가 놓친것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시련을 주신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반복되었을 나쁜습관을 하루 빨리 내려놓으라고.

나의 자기애는 여전히 넘치고, 열정 또한 무한대이다.

식후마다 찾아오는 복통은 무력감을 동반하지만 늘 이겨내고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이 인내심. 참을성.

잘 하고 있다. 참 잘 하고 있다. 눈물이 흐를만큼 칭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