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작가는 앞글에서 썼듯이 죽음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바로 죽음과 마주치게 될 수도 있는 현실이고, 그렇기에 늘 성찰하고, 자기만의 죽음관을 확립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의료기술의 발달로 생명연장을 하는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 따로이 떼어 글을 쓴다.
음식물을 삼키는 기능이 저하된 고령의 노인에게 어떻게 해서든 음식을 먹이려고 하다 보면 흡인성 폐렴이 유발되어 오히려 환자를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 일본의 노인병 전문의 이시토비 고조는 자신의 책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에서 ‘눈 딱 감고 먹이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령의 노인은 먹지 않아서 죽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다해서 다시 말하면 죽을 때가 임박했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의 문화를 생각해보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프시면 가족들이 보살피고, 잘 드시지 못하면 미음으로 떠 먹여 드리고, 그마저도 못 드시면 그렇게 돌아가셨다. 가족들은 임종이 다가왔음을 감지하고, 모두 모여 어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드렸다.
요즘은 어떤가.
무조건 병원으로 옮겨 코에 호스를 달고, 코로 물과 영양분과 약을 계속 흘려보내고, 온갖 의료 장비를 몸에 매달아 놓는다. 상태가 안 좋으면 중환자실에서 혼자 기계와 싸워야 한다.
어떤 것이 더 현명한 죽음 맞이일까?
난 후자라고 생각한다.
나도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가족도 보낼 준비를 하며 서로 눈 마주치며 마지막을 나눈다면 정말 아름다운 끝맺음일 것이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소변 배출량이 줄고 호흡이 변화하는 등 신체에 독특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깊은 잠에 빠진 것과 같은 혼수상태로 들어가거나 피부에 강한 자극을 줘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사는 임종에 대비하기는커녕 환자에 대해 MRI 같은 정밀검사를 하거나 간질을 억제하는 주사약을 투여하는 등 어떻게든 치료를 하려고 든다. 이는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환자를 끝까지 치료해야 할 의무가 의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환자의 가족이 임종이 임박했을 때의 증상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의사와 의논하여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를 중단시킬 수 있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미리 공부를 해 둔다면 작가의 말처럼 대처할 수 있겠다.
혹은 의사에게 가족들의 의견을 확실히 전달하고,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현재 나의 시어머니는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요양병원에 계신다.
온몸이 거의 마비가 온 상태이고, 말도 못 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식사와 물, 약물은 코를 통해 흘려보낸다.
연세 때문인지 치매도 있어서, 어머니를 만나러 가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대화도 할 수 없고, 맛있는 것을 사다 드릴 수도 없다.
해드릴 게 없다.
처음 쓰러지셨을 때, 같이 계시던 분들이 119에 연락해 바로 병원으로 옮긴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야 가족들은 차라리 그때 돌아가셨더라면 무엇보다도 본인이 더 편했을 거라고 말한다.
늘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하루, 이틀 만에 죽는 것이 소원이라던 분이셨는데, 저렇게 누워계시는 것을 아신다면 목숨을 끊고 싶을 만큼 괴로워하실 것이 틀림없다.
옛날 같으면 드시지 못해서 벌써 돌아가셨을 상황인데, 강제로 코를 통해 베지밀과 같은 음식물로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나의 부모님도 마찬가지 말씀을 하시지만 정작 그런 상황이 오면 ‘눈 딱 감고 먹이지 않는 용기’를 과연 낼 수 있을까?
또 내가 그런 상황이 되면 내 가족은?
참 어려운 숙제다.
평소에 연명치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족에게 밝히고, 서류를 작성해 둔다면 남은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곳으로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있으니 나도 이용하려고 한다.
수많은 사망 원인 중에서 무엇이 나를 죽음으로 이끌지 예측할 수 없어 막연했는데, 정작 암 진단을 받고서는 상황이 명확해지면서 죽음 준비에 구체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물론 앞으로 또 어떤 질병이 더해질지 알 수 없는 일이고,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암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가장 높으므로 여기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암이라는 것을 알고 많은 책과 동영상을 보았다. 그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암은 죽음이 갑작스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이 책도 읽으며 죽음을 공부했고, 유서라는 것도 한번 써보았고, 매 해 쓸 생각이다.
암이어서 다행인가? 허허~~
죽음..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나 받아들여야 할 필수사항!
죽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난 후 나의 삶은 달라졌다.
이렇게 블로그에 일기를 쓰게 됐고, 내려놓았던 독서도 하게 되었고, 어설프지만 나만의 서평도 쓰게 되었고, 술로 보내던 내 삶을 하루하루 계획하고, 그것들을 실천하는 삶으로 바꾸었고, 제일 싫어하던 운동도 하게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현실로 직시하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강력한 디딤돌임을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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