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쫓기는 것도 아닌데, 마치 쫓기듯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내 몸에 암덩어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른 채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서도 늘 죽음을 떠올렸다.
참 막연한 죽음이었다.
한번도 심사숙고해보지 못한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바짝 내 곁에 다가와 나를 이끌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듯 느껴졌다.
수술과 항암, 설사, 복통, 구토, 15킬로그램의 몸무게 감량...
어떻게 이런 어려운 일들을 견뎌냈는지 나 스스로도 놀라울뿐이다.
2018년 12월, 암이라는 걸 알고, 이런 과정을 거쳐 벌써 1년 4개월이 지나고 있다.
살 운명이었는지, 죽을고비를 넘기고 산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으나 (신만이 아실일...), 이렇게 살아서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 찬 삶을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암환자가 되기 전의 내 삶으로 온전히 돌아갔다.
아니,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비록 몸무게는 예전에 비해 아직도 10킬로가량 빠져있고, 먹는 양은 줄어들었고, 물 마실 때의 가벼운 통증과 식사 후 늘 찾아오는 약간의 통증과 무기력증은 늘 나와 함께 하는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음주가무를 즐기던, 그래서 늘 정신적 우울증을 앓던 예전의 삶에서 벗어나, 규칙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욕심이 지나친 걸까?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왜 이렇게 하루가 바쁠까?
내 하루를 돌아본다.
커피관장, 아침운동, 반신욕, 걸어서 출근하기...
이것만으로도 출근 전의 내 생활은 가득하다.
거기에 살림도 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하지만 어쩌면 하기 싫은 영어공부도 해야하고, 독서도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내려놓을 것이 없다.
이렇다 보니, 5시에 일어나 감사일기를 쓰는 아침 루틴부터 출근하는 2시까지 9시간 동안 전쟁을 치르듯이 사는 느낌이다.
약해진 내 체력에, 출근할 때면 졸음이 밀려와 책을 읽으려던 전철에서의 계획은 곧 무산되고, 난 열심히 졸고 있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까?
뭐가 잘못된 걸까?
어제 하루 종일 고민했다.
내게 중요한 것은 건강이니, 공부를 내려놓을까?
독서를 더 하고 싶으니 역시 공부를 내려놓을까?
수면을 줄일 수는 없지 않은가!
모든 초점은 공부 줄이기로 밖에 맞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내려놓고 싶지 않다.
현재 내가 내린 결론은 반신욕을 저녁으로 미루는 일.
대신 취침과 기상 시간을 30분씩 뒤로 미뤘다.
계획은 또 변경되겠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보기 좋고, 열심히 살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에도 감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나를 힘들게 한다면, 그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재미있고 살고 싶고, 열심히 살고 싶고, 예쁘게 살고 싶다.
하느님이 그동안 살아온 내 삶이 너무 예쁘지 않다고 벌을 주셨고, 나는 그 벌을 고스란히 받았고, 아팠고, 그리고 진심으로, 온몸으로 깨닫고 느꼈다.
하느님이 이제는 정말 예쁘게 살라고 제2의 삶을 주셨으니, 지금 주어진 이 삶을 정말 예쁘게 살아내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모자란 내 모습이지만, 재미있게, 예쁘게 살다 보면 하느님 보시기에도 좋은 모습이지 않을까? 언젠가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재미있게 살아보자.
하느님이 내게 새로 삶을 주셨을 때는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힌트도 살짝 주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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