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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아프니까 사람이 보인다' (2)

by 짱2 2019. 5. 18.

아프지 않을때는 잘 몰랐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라고만 생각했다.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내가 아프니까, 친구들이 그리웠다. 

그리운만큼 또 보고싶지 않기도 했다.

예쁘고 건강한 모습만 보이고 싶은 '나'였는데, 아픈 모습의 나를 보여주는게 못마땅했다.

그런데 내 친구들은 '아픈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사랑해주었다.

 

병원으로, 집으로 찾아와주고,

문자와 전화로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들.

그립고 고맙고 소중한 나의 친구들.

 

같이 음주문화를 즐기던 언니는 본인때문에 내가 아프게 된거 아니냐며 가슴아파해서 웃프기도 했고,

수술 전 많이 먹어야 한다고 비싼 한우 생갈비와 와인으로 이십만원도 넘게 사주기도 했다.

지금도 그 맛을 생각하면 꼭 나아서 그집에 가서 그 생갈비와 그 와인을 먹어주리라 생각하고 있다.

아~ 물론 술은 이제 굿바이지만.. 분위기가 좋으면 한잔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또, 나 스스로도 힘겨워 쓰러지고 싶을때 한 언니가 내게 해 준 말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

'너는 착하게 살았고, 앞으로 이세상을 위해 할일도 많아서 절대로 하느님이 빨리 데려가시지 않을거야'

얼마나 가슴이 뜨거웠는지, 얼마나 안심이 되고, 살아갈 이유가 생겼는지 그 언니는 알지 못할거다.

 

내가 일하던 학원은 또 어떤가!

나는 같이 일하는 원장님과 세분의 선생님을 모두 좋아했다.

모두 열심히 사는 주부이고, 훌륭히 자기 역할을 하는 직장인인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따스함까지 더해져 매일매일 하나씩이라도 배울것이 있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나보다.

'일하는 동안만 친한거겠지.. 그만두면 지금같지는 않을거야...'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아프다는것을 알린 그 순간부터 나는 그분들의 따스한 마음을,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고귀한 마음을 읽었다.

가끔씩 전해오는 안부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원장님의 말씀이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내가 낫기만하면 언제든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살게 하고 있다는것을 원장님은 알고 계실까?

나보다 두세살 어린 원장님이지만, 

그녀는 나를 존경한다고 말한적도 있지만,

사실은 내가 그녀를 더 존경하고,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아름다운 네분의 선생님을 다음주에 만나기로 했다. 

기다리고 있는 만남이지만, 그래서 설레지만, 너무 마른 나의 모습을 보이기가 창피하지만,

그날이 기다려지는것은 어쩔수 없다.

 

친한 친구들은 수술전에 연락을 했지만,

어쩌다 연락하는 친구들은 조심스러워 망설이다 얼마전에 연락을 했다.

그들이 서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몇번을 주저하다 연락을 했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음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이 부끄럽다고 하는 친구,

내가 아프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파 쉽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고 몇일을 망설이다 문자를 보낸 언니..

 

나는 내 스스로가 그렇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남 사는만큼 그렇게 살고 있는거라고 여겼다.

평범한 남편을 만나서, 아이 낳고, 

가정생활, 직장생활 무난하게 하면서 적당히 여행도 가고, 적당히 즐기고 있는거라고.

남들만큼 무난하게 그럭저럭 사는거라고.

나보다 못한 사람보면서 안도하기도 하고, 나보다 잘난 사람보면 질투하다가도 이만큼 사는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을까.. 나는 너보다 이런점이 더 잘났다고 나를 토닥이기도 하면서.

 

그런데 아프니까 알게됐다.

난 너무 잘 살아왔더라.

내 주변에 나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것이 바로 그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런 사랑을 여기서 멈추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살아야하고, 두고두고 오래오래 그들을 보면서 갚아야한다.

사랑으로 그들에게 보답해야만 한다.

 

아프니까... 내가 아프니까... 비로소 사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