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는데 비오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행복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더 청했고, 아침에 빗소리를 들으며 깼다.
지금도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비가 오면 구질구질 하고, 기분도 우울하다고 하는데,
오히려 차분하고 낭만적이고 운치있는 느낌이 좋고,
비와 섞인 이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좋다.
지붕을,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빗길을 달리는 자동차의 소리등등..
물론 아파트에서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는 이제 완전 안녕이지만
결혼하기전까지 내가 살던 집은 단독주택이어서 지붕과 창문을 두드리며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던 그 소리를 잊지 못한다.
햇빛이 쨍쨍한 날은 그 맑음이 좋아서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고,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가 좋아서 또 밖을 보고..
그렇게 하루하루의 다름을 느끼고, 행복해하며 살아가는가보다.
오늘 하루도 내게 내려주심에 감사하며 살아야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비내리는 오늘을 감사히 여기며 평온한 마음으로 온전히 느껴야하는데,
잠시 행복해하고, 우울함으로 빠져들었다.
어제 오랫만에 한우와 미국산 소고기를 비교하면서 먹어보자고 마트에서 고기를 사오고,
남편은 소주와 함께, 아들은 맥주와 함께 즐겁게 저녁 식사를 했다.
혹시나 배가 아플까싶어 조금만 먹고, 멈추었는데..
한시간여가 지난 후 배가 조금씩 아파지면서 또 왕림하신 설사대마왕을 맞이해야만 했다.
아들앞에서 화장실을 열번도 넘게 들락거리면서
혼자 아파할때보다 더욱 서글퍼졌다.
덜 아픈척하며 같이 TV를 보다가 또 화장실을 가고..
서둘러 아들을 자기집으로 보내고도 또 여러번 화장실을 들락거린후에야 진정이 되고 잠이 들수 있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오늘 비오는 아침을 맞이했음에도 나의 우울함은 쉽게 가셔지지 않았다.
요즘 아들도 여러가지 일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엄마의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것 같아 맘이 괴롭다.
이런 생각들이 스트레스가 되어 내 건강에 해가 될까 걱정이된다.
'난 살아야 하는데, 건강해져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자꾸 눈물만 흘리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내 깊은 곳에 서글픔이 자리잡고 앉아서 비켜날줄을 모르고 있다.
그런데 다행인것은 그 서글픔 옆에 나의 긍정의 힘이 더 크게 자리잡고 앉아서 비킬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힘들면 오히려 책상앞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어공부를 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계속 책상앞을 지키고 있다.
내가 읽은 책들을 나만의 노트에 정리하면서.
불쑥불쑥 서글픔이 몰려와 또 눈물을 주르륵 흐르게 만들고,
나의 현재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잊지않도록 다시 인식시켜주지만,
꼿꼿한 긍정의 힘이 그까짓 서글픔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이 비내리는 오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지금의 나도 얼마나 아름답게 견뎌내며 살아내고 있는지 나에게 말을 건내준다.
그래~ 참 잘하고 있는거야.
너니까 이렇게 아름답게 잘 살아내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비오는 오늘을 , 너가 그토록이나 좋아하는 비오는 날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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