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시간 금식 후에 ct검사가 있었다.
아침 8시 이전에 식사를 마치고,
2시30분에 있을 검사에 맞춰 화장도 하고,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4차 항암의 반응은 엄청 졸립다는것이다.
지난번 5월 3일 4차 항암 주사제를 맞고 온 날로부터 졸음이 계속되고, 피곤하다.
추가된 약은 지사제(설사 진정제)뿐인데,
왜 이렇게 졸릴까?
공부를 하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고개를 꾸벅꾸벅 떨구어가며 졸고 있는 나를 느낀다.
아마도 4차까지 지속되는 항암약을 30킬로그램대로 빠진 내 몸이 견디기 힘들기 때문인가 보다.
아무튼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하려는데..
역시나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과감히 물건들을 챙겨서 일어났다.
'가자! 차라리 서울대 병원 앞, 창경궁으로 가서 산책이라도 하자!'
106번이나 108번 버스 한번만 타면 서울대 병원, 창경궁 앞에 바로 내린다.
한시간 넘게 가는 동안 또 꾸벅거리며 졸았다.
그렇게 도착한 창경궁~~
몇번 와봤기에 모두 둘러볼 생각은 없었다.
공사중이기도 했고.
나는 연못주변의 벤치에 앉아 주변 경치도 둘러보고,
새소리도 듣고,
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살갑고 따스한 바람도 느꼈다.
오랫동안 앉아 있느라고 말라버린 엉덩이가 아팠지만..
좋은 경치를 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다.
조금 피곤한 느낌이 들어 벤치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어보았다.
더 진하게 들리는 새소리, 더 포근하게 느껴지는 바람의 손길..
행복했다.
외우려고 준비한 영어 문장 20개정도를 외우는둥 마는둥 경치에 취해 잊어버리고,
연둣빛 나무와 연못의 색감을 눈속에 마음속에 가득 담았다.
이젠 병원으로 갈 시간..
역시나 접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대기를 하고, ct촬영을 하고, 다시 옷 갈아입고, 집으로 gogo~~
뭘 했다고 또 피곤..
오는 내내 버스안에서 또 꾸벅꾸벅 졸면서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니 4시..
8시간 금식을 한 꼴이니.. 배가 너무 고팠다.
어제 사온 수제 찹쌀떡과 우유를 먹고, 요즘 물 대신 즐겨 먹는 수박을 먹었다.
오늘 한 검사의 결과는 다음주 5차 항암하는날 얘기해주시겠지.
뭔지 모르지만 다 잘됐다고, 다 잘 되어가고 있다고 얘기해주면 좋겠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다 끝난다고, 아들 결혼식 잘 치르면 된다고 얘기해주면 정말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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