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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by 짱2 2020. 6. 6.

부모님이 어렵게 사시니,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적지만 얼마간 드려야 하고, 만날 때마다 식사값이며 용돈이며 드리려면 간혹 부담스러워 만나는 것을 꺼릴 때가 있었다.

남들은 부모님 재산을 물려받으며 재산을 증식하는데, 우리 보모님은 가난을 물려주셨으니, 가끔은 서운하고, 서글프고, 흙수저인것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어릴 적에, 용돈이라고 따로 받아본 기억도 없고, 참고서라도 살려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받았어야 했는지, 친구들과 떡볶이라도 사 먹으려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모아야 했는지...

돌아보면 부모님의 가난이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들었고, 미래를 꿈꿀수 없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의 10대 그리고 20대 초반은 행복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결혼 전, 막연하게 돈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 때 그는 나보다 더 좋은 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그것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음을 인정한다.

사랑도 없었고, 그저 그의 나보다 나은 경제적 여유만을 바라보고 한 결혼.

그래서 나는 그때 나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더라면 지금 내가 얼마나 불행할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철없는 시기에 돈만 보고 한 결혼(이렇게 말하니 남편이 무척이나 대단한 부자 같다는... 절대 아님).

그러나 하느님은 나에게 좋은 선택을 할 기회, 아니 선물을 주셨다.

그는 나보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조금 나은 사람 정도가 아니었다.

참 착하고 고운 사람이었고, 그의 부모님과 형제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

그렇게 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시작되었고, 가난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30년을 살면서 주야장천 일을 하며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일을 하며 살았다.

경제적 여유 없음이 나의 일의 추구의 원인은 아니었다.

나는 집에만 있고 싶지 않았다. 일을 하고 싶었다. 나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일을 하며 많은 돈은 아니어도 계속 벌이가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또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늘 말하듯, 암 수술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얼마 전까지도 나는 술 마시고, 사람들 만나는 것에 많은 돈을 쓰며 살았다.

돈을 모으며 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시댁에서 사주신 집도 한채 날렸다.

 

술을 좋아했지만, 늘 공부하며 미래를 꿈꾸는 삶은 포기하지 않았기에, 나는 학원 쌤이 되었고, 벌이도 괜찮다.

암 수술 후 내 삶의 방향이 달라지며 난 더 멋진 삶을 살고 있고,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더 나아졌다.

빚도 많이 갚았고, 취직을 하고, 분가한 아들에게서 용돈도 받는다.

더 이상 교육비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도 없다(고3 때는 100만 원 그 이상의 지출이 있었다).

 

부모님께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비도 드리고, 용돈도 드리고, 좋은 곳에 모시고 놀러도 간다.

오늘도 부모님 모시고 1박 2일로 캠핑을 갈 것이다.

 

오늘 아침, 여행을 앞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아계시니 용돈도 드릴 수 있고, 모시고 놀러도 갈 수 있지 않은가!

내게 효도할 기회를 주시고 계시지 않은가!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물려받을 재산이 없음을 탓하고, 그런 것이 있는 다른 이를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내게 효도할 기회를 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으실 뿐,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시지 않은가!

어떤 이들은 부모님과의 불화로 서로 안 보고 살지 않는가!

그에 비하면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인 것을...

또 이런 나를 보고 자란 아들이 나에게 용돈 주는 것을 당연히 여기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물려받을 재산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고, 나 스스로 커 나가려 노력하는 의지력 강한 사람으로 성장했고,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주었다.

 

또 생각해보면 내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이 없을까?

사랑 가득한 엄마에게서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물려받았고,

사랑받는 행복을 물씬 느끼며 살게 해 주셨고,

착하고 고운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나를 키워주셨고,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이겨 낼 수 있는 강인함도 물려주셨다.

 

부모님이 안 계셨다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의 고운 내 남편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예쁜 내 아들을 품에 안지도 못했을것이고, 이 멋진 세상을 이렇게 멋지게 살아내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고마우신 부모님...

 

사실, 나는 아빠에 대한 사랑은 크지 않다.

변덕스럽고, 무섭고, 엄마에게 폭언, 폭행을 일삼던 모습의 아빠이기에.

현재 내 모습의 나쁜 부분은 아빠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기에.

그러나 연로해져서 건강이 안 좋아지시는 아빠를 보며 저러다 돌아가시면 내가 많이 슬프겠다는 생각이 들며, 무섭고 싫었던 아빠였지만, 그래도 내가 아빠를 참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보다는 형편이 어려운 동생을 더 챙기는 아빠에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잘 사는 자식보다 어렵게 사는 자식이 더 눈에 밟혔을 것임을, 그리고 친 손주들이 참으로 귀하고 예뻤을 것임을 내가 왜 모르랴.

서운함을 느끼는 나의 속좁음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더 아프셔서 함께 여행 다니지 못하게 되시기 전에, 많이 모시고 다니자.

놀러 가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시아버님 돌아가시니, 시어머님 요양병원에 계시니 정말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다.

나중에 후회할 일 없도록, 잘해드리자.

나에게 효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니, 맘껏 효도하자.

엄마,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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