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워지면서 집안일을 하고 나면 온 몸에 땀이 난다.
땀이 나고 더우면 짜증부터 느껴지는 더위 못 참는 사람.
(하지만 작년엔 항암으로 여름 더위를 모르고 지나갔다. 참 희한하다. 한 여름을 제외하곤 두꺼운 이불을 덥고 잤으니..)
올해도 예전만큼 땀을 많이 흘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여전히 더위가 싫다.
오늘도 뜨거운 물로 설겆이를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대걸레로 밀고 나니,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이런 상태로 책상앞에 앉아 공부를 하려고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왔다.
그러다 간단한 생각, 그래~ 가볍게 물로만 샤워하자.
몇 초 동안 물로 땀만 가볍게 날리고, 여름용 시원한 원피스를 입고, 사과와 참외를 깎아 먹으며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하려고 하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끈적임이 없어지니, 살짝 부는 바람에도 시원함이 느껴지고, 입안에 달고 차가운 과일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올해도 무척 더울거라고 기상청이 예보를 했다.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집에도, 학원에도 에어컨이 있어 큰 걱정은 없다.
잠깐의 이동거리에서 더위가 느껴지겠지만, 그 정도 더위는 느껴줘야 여름 아니겠는가!
집안일할 때는 땀이 나려니 각오하고 신나게 일하고, 오늘처럼 샤워로 땀을 씻어내면 될 것이다.
앞으로 찾아올 더위에 대한 대책을 생각하며, 내 인생의 고비고비 찾아 올 어려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며칠 전 내가 겪은 육체적인 힘듦으로 느껴지는 무기력증, 우울감 때문이다.
아들의 대기업 이직, 남편과의 즐거운 나날들...
나에게 아무런 걱정이 없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사람의 일은 늘 뜻밖의 곳에서 일어나고, 전혀 알 수가 없다.
나에게 암이 찾아온 것처럼, 무심히, 툭, 하고 온다.
눈물로 받아들였고, 다시 덤덤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힘든 고비를 넘기며 1년 반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참 잘 견뎌온 나.
그래~ 앞으로 어떤 시련이 와도 난 잘 견뎌낼 수 있어.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근거 있는 자신감이 내 안에서 샘솟는다.
그런데, 나는 왜, 며칠 전의 육체적으로 찾아온 살떨림 현상에 그토록 좌절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을까?
몸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어떻게 될 듯 느껴지는 두려움?
그 무엇이었든, 나는 울 필요까지는 없었다.
더우면 샤워를 해서 땀을 씻어내고, 더위를 식히면 되듯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고, 통증이 오면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원인을 모르면 모르는 채로 살면 되고, 그러다 원인이 나오면 방안을 모색하면 될 뿐인 것을...
울고, 걱정한다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이야기한다고 나아지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제,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더욱 허무해졌던 그 마음을 잊지 말자.
그녀가 진정으로 나를 걱정하던가?
아닌 거 같다.
역시 남인 것이다.
나를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은 오로지 가족뿐이다.
문제를 고민하고,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찾아냈는데, 왜 또 사람에게 의지하려고 했을까?
어리석기는..
이제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남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을 벗어던지고, 오히려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자.
쓰고, 사색하고, 성찰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자.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한 휴식.. 월요일의 충분한 휴식 (0) | 2020.06.16 |
---|---|
나의 외로움... 그 원인은... 해결책은...? (2) | 2020.06.12 |
몸이 보내는 신호 (0) | 2020.06.10 |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0) | 2020.06.06 |
영어공부의 방향 잡기 (0) | 2020.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