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몇 년 만에 친구를 만났다.
중학교 2학년때 만난 친구.
거의 40년이 되어가는 친구다.
강미가 이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내게 가장 오래된 친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 하고는 자주 만나지 못했고, 만나기 불편한 친구였다.
불편함의 탓을 그 친구에게 돌리기엔 나의 부족함이 확연하기에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부끄럽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항상 예쁘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쁜줄 알고 살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 친구를 만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나보다 더 피부가 하얗고, 나보다 더 키가 크고, 나보다 더 예뻤다.
그녀는 바로 나의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한참 사춘기 소녀였으니... 그건 귀여운 질투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질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어릴 때 내 안에 자리 잡은 질투는 지난 주말 그녀를 만날 때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거의 40년을 질투해온 것이다.
그녀를 만나면 질투하고 있는 나의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고, 막상 그녀를 만나고 오면, 술을 마시거나 이혼한 그녀의 남친이 옆에 있어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다.
마음으로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오랜 지기라는 것을 인식할 아무런 노력도 없었다.
문제는 이 질투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는 또 나를 질투했다.
자신의 평탄하지 못한 결혼생활, 그리고 이혼이 자신의 치부가 되어버린 그녀에게 행복한 우리 부부의 삶이 바로 질투의 타깃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질투하며 친구는커녕 남만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어쩌다 하는 전화통화는 서로를 더 멀어지게 했고, 심지어 얼마 전 나는 그녀를 친구 목록에서 버렸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친구라면 없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그녀는 외로웠다.
위로해주고 함께 해 줄 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녀는 남자를 찾았고, 예쁜 그녀에게 남자는 늘 있었고, 또 그 남자들이 그녀의 외로움을 크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 내가 그녀의 외로움을 채워 줄 대상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내 미안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그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아니, 나에게도 좋은, 오래된 친구가 필요하다.
어쩌면 우린 나이 들어가며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채울 친구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동안은 서로를 잘 몰랐기에 놓치고 있던 사람을 이제야 알아본 건 아닌지...
사업으로 성공한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온 후, 나의 질투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녀를 친구 목록에서 지운 후, 그녀가 나에게 보낸 오래전 내가 쓴 편지의 사진과 그녀의 톡이 이미 나의 완고했던 마음을 무장해제 시켰었고, 술과 남자를 배제한 순수한 우리만의 대화가 우리의 잃어버린 40년 우정을 고스란히 메꿔주었다.
사업으로 성공한 친구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넓은 집을 예쁘게 꾸민 그녀의 살림 솜씨에 살짝 질투가 느껴지려 했으나 오히려 그 살림 솜씨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녀의 집을 본 후 바꾸고 싶은 우리 집의 구석구석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차라리 바꾸고 싶은 그 부분을 치워버림으로써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에 가까워지는 계기로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많이 성숙해진 나를 느낀다. 잘하고 있어~~ 토닥토닥~~ ㅎㅎ
그녀가 의정부로 이사를 왔다는 사실이 부담이었던 몇 년 전..
가까이 있어도 그녀를 만나기 꺼려했던 어리석은 나.
이젠 그녀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기쁠 수가 없다.
그녀나 나나... 어릴 적 예뻤던 모습은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현재는 내가 더 예뻐진 느낌이다.
내 생각이겠지? ㅎㅎ
하지만 나이 들어가며 성숙해지고 여유로워진 마음이 어우러지니 참으로 편안하고 좋았다.
내가 그녀를 더욱 품어 안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간다면, 그녀의 외로운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고,
요즘 들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며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려던 나의 마음도 채워지리라.
어쩌면 서로에게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서로가 나타난 것은 아닌지...
고맙고 미안하다.
앞으로 자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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