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다녀온 이후, 계속 살떨림 현상이 나타난다.
남편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이해를 하지 못하는데, 많은 주부들은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식사시간을 넘기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때, 기운 없고, 어지럽고, 온몸이 떨리는 현상.
물론 나도 예전에 몇 번 경험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암 수술 후, 가끔씩, 물론 수술 전보다 훨씬 자주 느껴왔었고, 부모님과 1박 2일 캠핑을 다녀온 이후로는 매일 계속되고 있다.
특히, 여행 후 바로 다음날의 증상은 심해서 이대로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월요병의 징후와 겹쳐져서 우울증까지 느껴졌고, 침대에 그대로 누워 눈물을 흘렸다.
울면 어두운 기운이 나를 덮쳐와 그것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기라도 할 듯이 바로 눈물을 거두던 나였는데, 그날은 그냥 울어버리고 말았다.
배가 아팠을 때보다 왜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을까?
배가 아픈 것은 소화기관을 잘라냈기에 당연히 느껴야 할 고통이라고 포기해 버린 탓일까?
기운이 쏙 빠지고, 살이 떨리는 증상은, 나의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계속 먹고 있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난 뭘 해야 하는지?
얼마나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줘야 하는지?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아마도 그 증상의 원인과 대처법을 모르는 탓일 테고, 그런 증상이 나타날 때의 느낌이 몹시도 싫기 때문일거 같다.
그렇게 2주 가까이 난 매일 그 증상을 겪으며 불안함을 느껴왔다.
더욱 잘 먹으려 애썼고, 더욱 잘 자려고 노력했고, 스트레스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거의 2주가 되어가는 지난 주말부터 살떨림 현상은 없어졌다.
변도 좋아지고 있다.
참 다행이다.
2주간의 내 몸의 힘겨움에 대해 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몸무게, 내가 먹는 식사량은 성인의 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의 하루 활동량은 성인의 2배 정도이다.
내 몸이 느끼는 고단함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던 중 1박 2일의 부모님과의 캠핑은 결정타였던 것이다.
여행이란 것이 집을 떠나 고생하는 것인데, 그것도 편안한 여행이 아니라, 차박을 하고,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밥을 해 먹고, 더위에 지치고,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까지 얹었으니...
앞으로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가는 것은 삼가할 생각이다.
두분도 이제는 연로하셔서 긴 여행을 힘들어하신다.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 가고, 맛있는 음식 한 끼 정도 먹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중요한 것은, 나의 활동량의 문제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을 내려놓을 방법이 없다.
나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일을 그만두라고 쉽게 말하지만 만약 내가 무언가를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일은 그 마지막 단계일 것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공부를 먼저 내려놓고, 그래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내려놓을 것이다.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돈이 되는 일인데...
암환자로서 돈 쓸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일을 함으로써 돈을 버는 것은 '덤'이라고 했지만, '덤'이기에 함부로 해야 할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잃을뻔했던 일을 하게 됨으로써 얻게 된 '덤'이니 더욱 아끼고 소중하게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를 위해 알뜰히 쓰고, 지인들을 위해 살뜰히 써야 할 일이다.
건강을 위해 하고 있는 반신욕, 커피관장, 체조를 위한 시간은 나의 목숨을 위해 끝까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면, 그리고 직장은 마지막에서야 내려놓아야 할 일이라고 한다면, 무엇을 현재의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내려놓아야 하는 것일까?
집안일, 공부...
이것뿐이다.
집안일은 좀 더 남편에게 분담해주기를 요구했고, 공부는 나의 삶의 희망이지만, 힘들 때는 잠시 내려놓았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크게 목적을 두고 미친 듯이 열공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일상의 루틴에 변화도 주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월요병이 아직도 남아있고, 주말엔 남편과 여행 다녀오는 것을 포기할 수 없어서, 월요일 오전은 편안히 쉬기로 했다.
내 일주일의 온전한 시작을 화요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 월요일 오전을 공부를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하니 월요병도 느끼지 못했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토요일, 동아리 활동도 마음 편히 하려고 한다.
리딩 준비로 스트레스 받지 않을 생각이다.
(이번 주는 열심히 준비해 갈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선배로서의 체면이 깎이지 않으려면.. ㅎㅎ)
사람들과의 만남도 평일엔 하지 않고, 토요일에만 볼 생각이고, 예전처럼 숙제하듯 때가 되면 만나려는 마음도 접었다.
먼저 연락하지도 않을 것이고, 보게 되면 보고, 못 보면 그만인 것이다.
나이 들수록 친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내가 그들을 허투루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좀 더 몰입하겠다는 의미이다.
나의 이런 마음을 굳이 말하진 않겠지만, 그래서 그들은 모르겠지만, 그런 일로 멀어질 친구라면 더 이상 친구로 남지 않아도 상관없다.
2주간의 살떨림 증상으로 나의 건강을 다시 돌아보고, 나의 활동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런 내가 참 좋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늘 사색하고, 발전해나가는 내가 참 보기 좋다.
이럴 때 난 삶에 대한 욕망이, 희망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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