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부모님은 참으로 여러 번 이사를 다니셨고, 나이가 들어서는 잦은 이사가 정말 싫었다.
결혼으로 집을 나와 흔히 말하는 '자가' 즉, 나의 집을 갖게 되었고, 30년의 결혼생활 동안 신접살림집에서 시작해 4번의 이사만 다녔으니, 부모님의 잦은 이사에 비하면 이사를 다니지 않은 편에 속한다.
정말 지겨운 이사였으나, 출가한 후의 친정은 계속 이사를 했고, 지금 살고 계신 집에서는 꽤 오래 살고 계신다.
그러다 요즘 주택공사에서 임대하고 있는 임대주택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자기소유의 집을 가지고 계시지 않았고, 연세도 많으시기에 1순위라고 한다.
참 잘된 일이다.
인터넷으로 가끔씩 들여다본다고는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의 일이 아니다 보니 소홀해지고, 무심해져 있었는데, 엄마의 마음은 급하셨던지 주위의 말을 듣고 직접 알아보러 다니시고, 그 과정에서 뭐든지 나에게 의지하시는 엄마 때문에 나의 답답함과 짜증이 치밀었다.
그 정점은 어제 치달았다.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하루하루 나와 싸워 이겨가고 있는데, 매일 해야 할 나만의 루틴이 있는데, 잘 모르는 엄마를 위해 매번 시간을 내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었다.
사실 아직까지 한번도 움직이지 않았으나, 앞으로 그렇게 될 것에 대한 내 마음의 부담이 컸던 탓이다.
엄마에게 고운 목소리가 아닌, 짜증 섞인 말투로 떠들어대고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불편했다.
짜증과 불편한 마음이 섞여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양치를 하며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보았고, 화장을 하며 심호흡을 통해 나를 내려놓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고운 목소리로 내일 좀 더 알아보고 같이 움직이자고 얘기를 했고, 내 눈치를 보는 엄마에게 가슴이 미어지듯 미안하고 슬펐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감사일기를 쓰며 사색에 잠겼다.
문득 친한 후배에게 요즘 소홀했던것이 생각이 나며, 출근하는 길에 들러 함께 식사하고, 차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내 머리를 '훅'하며 치는 것이 있었다.
후배에게 소홀했던것이 마음에 걸려 밥 먹을 시간은 내면서, 내 부모님이 노후에 거주하실 주거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그토록 아까웠는가?
"후배 VS 부모님 거주지"
말할 것도 없이 부모님 거주지의 승리 아닌가?
뭣이 중한디?
전화로 충분히 알아본 후에 같이 가서 신청을 하자고 엄마에게 자상하고 자세하게 얘기를 했더라면 엄마는 얼마나 안심하며 기뻐하셨을까?
만나서 서류를 봐주고, 같이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들어주면 얼마나 행복해하셨을까?
잘 알지도 못하는 노인네에게 다 떠맡기고, 집에 앉아서 이래라저래라 명령만 내리고 있는 못된 나를 떠올리며 반성을 해본다.
주말에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들러리처럼 부모님 모시고 가며 이 세상 최고의 효녀인양 생색내기나 했지, 정작 부모님이 필요한 것을 하실 때는 이토록 매정하게 등 돌리고 있었으니...
그래~ 이번 일로 나는 또 한 번 커다란 교훈을 얻는다.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는 나의 말투가 얼마나 못난 짓인지, 나를 걱정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제법 이성적으로 설교하듯 엄마에게 논리적 이론을 늘어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깨닫는다.
알았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안심시켜드리면 될 것을...
엄마가 무지하다고 생각하며 나의 잘남을 떠들어대 봤자 무슨 소용이랴.
그래 봤자 나는 엄마의 딸인 것을...
사랑하는 엄마, 가엾은 부모님.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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